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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의 탐스러움 ㅣ 픽셔너리 2
정기현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현아. 어려울 땐 정도(正道)로. 진솔한 길로. / p.30
성인이 되기 전, 대략 십오 년을 거주했던 아파트가 있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지냈던 곳이었으니 나의 십 대가 고스란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옆집에는 다섯 살 어린 여자아이와 그보다 두 살 어린 남자아이가 살았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편이었음에도 나름 잘 어울렸다. 그 집은 나와 동생의 사랑방이자 놀이방이었다. 지금은 옆집 이웃의 얼굴조차도 낯설게 다가온다.
이 책은 정기현 작가님의 중편소설이다. 민음사 티비의 <말줄임표> 때부터 작가님의 팬이었다. 전작 소설집인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기대가 되었다. 말줄임표 콤비였던 김화진 작가님의 작품과 다른 결의 매력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신간 소식을 늘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 신작 소식을 듣고 바로 선택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현재 직장을 구하고 있는 삼십 대 중반의 여성인 정기현이다. 부모님의 청약을 받아 새로 이사온 집에서 옆집에 사는 부부를 만난다. 부부는 기현의 이삿짐을 들어 주는 호의를 베푼다. 그러다 밖에 잠시 가구를 내놓으면 사라지는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그 범인을 또 의외의 곳에서 알게 된다. 동장과 함께 마을 축제를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살인 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이웃과 얽힌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중간에 벌어진 살인 사건만 제외한다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었다. 마치 나의 일, 아니면 주변의 일로서 경험했을 법한 공감과 몰입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매체에서 많이 보았던 작가님의 엉뚱한 매력이 고스란히 문체에 녹아 있었다.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는데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면 미소를 짓게 하는 문장이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이웃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웃 기은과 준영 부부는 기현에게 이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듯했다. 낯선 아파트 문화에 금방 녹아들 수 있게 도와 주고, 동장과 어울리면서 하지 않았던 연극도 함께 준비할 수 있었다. 불안한 기현의 상황을 보면서 공감이 되었는데 이들과 함께 보내는 장면들이 연결되니 우울보다는 희망이 더 크게 와닿았다. 읽으면서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자주 떠올랐다.
모니터 너머 이름 모르는 이들이 가까워질수록, 옆집 이웃과 사촌은 점점 멀어지는 시대가 된 듯하다. 숟가락과 젓가락 갯수도 알던 과거가 옆집의 거주자 얼굴조차도 모르는 현재가 되었다. 소설에서 기현에게 기은과 준영 부부가 있듯이 나의 옆집에도 그만큼의 다정한 이웃이 있어 왔을 것이다. 그런 존재조차 모르는 상태로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면서도 아쉽기만 하다. 오늘은 유독 기억 속의 가까운 그들이 참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