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50 이판사판
하야시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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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똑같은 말을 합디다. 부모의 기대가 지나쳤대요. 대화도 없었고. 딱 우리 집 얘기잖아요. / p.13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과 같이 거주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듯하다. 청소년기에는 최대한 빨리 독립해서 내가 번 돈으로 마음껏 쓰고 살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기가 되자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하는 게 나름 괜찮다. 심지어, 일 년 정도 독립했는데 가정사의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지금은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돈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현실적인 부분을 따지게 된 것인가 싶다.

이 책은 하야시 마리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소재가 가장 눈길이 가서 선택하게 되었다. 제목의 8050은 팔십 대 부모님께 빌붙어 사는 오십 대 자녀들을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논의가 되는 이슈라는 점에서 소설로나마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과연 그 가족에게는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아니, 이 논의를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사키 가족이다. 마사키의 직업은 치과 의사이며, 조신한 가정 주부인 배우자, 명문대를 나와 명석한 딸과 그에 버금가는 아들까지 겉으로 보기에 부러워할만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마사키에게 큰 고민이 있다면 칠 년째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들 쇼타다.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적응하지 못해 등교를 거부했고, 스무 살이 된 지금까지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딸이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가족의 갈등은 깊어진다.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현실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특별하게 상상력을 요구하거나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공간적 배경을 가리고 본다면 대한민국의 현재 이야기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이 되기도 했다. 450 페이지의 분량이었는데 마음 먹고 읽는다면 세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하다.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와닿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각각의 모습들이 답답하게 다가왔다. 독선적인 아버지 마사키부터 주변의 이야기에 흔들리듯 이끌려가는 엄마, 자신의 결혼을 성취하기 위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딸까지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아들 쇼타가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사랑하기 때문에 쇼타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처벌하고자 했고, 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진정성보다는 각자의 욕심이 먼저 눈에 보였다.

쇼타와 친구들을 세상밖으로 이끌어내는 일은 어렵다. 가족이 이들을 사회로 보낼 수 있었다면 은둔 청년이라는 단어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과 세상을 향한 상처들을 어떻게 치유해 줄 수 있을까.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장이 사라진 악습이 되었던 것처럼 은둔 청년 역시도 역사로 사라질 수 있는 단어가 되기를 바라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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