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모란 마자르 지음, 김희진 옮김 / 미메시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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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겠어. / p.203

예전부터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지만 잘하는 것과 다른 문제인 듯하다. 늘 아이돌 군무를 보면서 따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고,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몰래 동작을 흉내 낸 적도 있다. 그렇지만 타고난 몸의 감각이 춤과는 거리가 멀어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가장 부러워하는 부류 중 하나가 춤을 잘 추는 사람이었다. 예술은 몰라도 아름다운 춤선에 절로 감탄하게 되는 사람이다.

이 책은 모란 마자르 작가의 만화이다. 춤선을 그림으로 표현한 표지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사실 처음에 장르를 보지 않고 강렬한 표지와 굵은 제목을 보고 선택한 책이었다. 막상 실물로 보니 큰 만화책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종종 발간된 만화책을 읽기는 했지만 자주 접하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댄스의 세계로 나아가는 이야기에 설렘을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주인공은 울리다. 울리는 무용수 친구들에게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오히려 무시당할 뿐이다. 뮤지컬에 열망을 가지고 있던 울리는 미국에서 흑인 무용수로 활동하는 앤서니를 만나면서 그 열망이 비로소 터지게 된다. 앤서니와의 만남은 울리에게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직면하는 계기였다. 미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뉴욕으로 오게 된 울리. 과연 꿈꾸던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만화로 스토리가 드러나서 쉽게 이해가 되었던 점이 좋았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화나 예술 관련 인물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작품 말미의 해설에 그 빈 자리를 충분히 채워주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감정과 생각이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50 페이지 분량의 작품이지만 완독까지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울리가 가진 정체성의 혼란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중에서도 국적과 문화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각이 더욱 깊이 와닿았다. 자신의 이름이 독일인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 미국에서 독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되묻는 장면들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사람의 감각을 담아냈다. 그 위에 무용과 뮤지컬 사이에서의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울리의 혼란은 단순한 방황이 아닌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였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문장에 아프면 환자일 뿐이라고 반발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들리고 많이 아파야 더욱 견고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울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게 바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도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채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울리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소속감을 찾아 헤매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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