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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메모리엄 - 2024 올해의 영국 도서상 데뷔 소설 부문 수상
앨리스 윈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엘우드가 자신이 죽길 원한다면 생각하면, 그래서 그 죽음을 시재로 삼길 바란다고 생각하면 곤트는 가끔 오싹해졌다. / p.16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송중기 배우와 송혜교 배우의 마음이 쌍방으로 통하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조연 배우 두 분이 나누는 대화 장면이 나온다. 전쟁 중에도 꽃은 핀다고 하더니 사랑이 싹튼다는 내용이었다. 벌써 그 드라마가 종방한 지 십 년이 지나가는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아직 기억이 남는다. 죽고 죽이는 전쟁 현장 속에서 사랑이 이루어진다니. 그 당시까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이야기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앨러스 윈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SNS에서 나름 이야기가 나와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 언급한 드라마의 내용처럼 나도 모르게 그런 내용이 끌렸던 것 같다. 원래 영미권 소설은 다른 장르에 비해 덜 읽는 편이지만 내용이 내용이니 선택하게 되었다. 나름 큰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어떤 참혹한 현장에 사랑을 꽃피우는 이야기일까. 무척 궁금해졌다.
소설의 주인공은 엘우드와 곤트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가까운 친구 사이지만 신체 접촉은 하지 못하는 관계다. 우정 그 이상으로 애정을 느껴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사와 엘우드를 향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곤트는 군대에 입대했다. 이후 엘우드 역시 어머니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입대해 곤트를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안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꽃피워간다. 과연 전쟁은 이들의 사랑을 허락할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페이지 수가 꽤나 두꺼운 편이어서 걱정이 많았다. 독서 속도가 봄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붙기 시작했는데 혹시나 늘어지는 전개에 흥미를 잃게 되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었다.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인물들의 감정에 금방 몰입이 되었다. 퇴근 후 자기 전까지 하루에 한 시간씩 읽었는데 완독까지 삼 일이 걸렸다. 시간으로 본다면 대략 네 시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전쟁의 참혹함이 기억에 남는다. 전쟁과 거리가 먼 지역에 거주하던 엘우드와 곤트는 각자의 이유로 전쟁에 뛰어든다. 교지에서 봤던 친구의 형제나 친구들의 전사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두 사람의 감정 변화는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되었다. 총알로 뚫린 머리나 칼에 찔린 사지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잔인해지는 심리가 더욱 강렬했다. 전쟁은 그저 피뿐만 아니라 정신마저도 잃게 한다는 점에서 무겁게 다가왔다.
왕년에 인터넷 소설을 읽었던 이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퀴어 서사가 압도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감질나는 두 사람의 심리는 대리 설렘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세계사에 한 획을 그었던 그 전쟁에서 소설 속의 엘우드와 곤트, 당시 전장에 나갔던 청년들에게 무엇을 앗아갔을까. 전쟁의 소용돌이 안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지만 멈출 수 없었던 이들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었다. 결코 전쟁 속에도 사랑이 핀다는 말로 이들의 인생을 표현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