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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8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내의 머릿속에선 실적과 목숨, 종교적 신념과 윤리관이 충돌하고 있었다. / p.161
코로나 바이러스가 벌써 옛날 일이 되었나 싶다. 그런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하다. 습관처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이제는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최근에 변이 바이러스가 재유행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또 다시 모든 일들이 멈추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섬뜩한 느낌이 든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시기는 너무나 지옥과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는 없어야 하는 일이다.
이 책은 강지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이라는 작품에서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최근에 읽었던 <기린 위의 가마괴>라는 작품에서는 법과 윤리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 유명한 <살인자의 쇼핑몰> 시리즈는 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가님의 작품들에 좋은 인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망설일 것도 없었다.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초과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초과에게는 어머니 숙영, 오빠 근대, 언니 초희가 있다. 현재 초과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사망률이 제로이지만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페인플루 바이러스가 유행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페인플루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좀비로 변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초과는 미국에서 돌아온 딸을 지키기 위해 병원으로 나선다. 가족들은 과연 좀비로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작가님의 작품을 두루 접했던 적이 있어서 크게 걱정이나 부담감도 없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그동안 아포칼립스 소재의 스토리를 접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이 약점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움직임과 대화들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상상이 될 정도로 흥미로웠다.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쉽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역동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읽는 내내 들었던 느낌은 B급 코미디 영화 같다는 점이었다. 물어 뜯는 이웃 노인들을 보면서 민망한 모습으로 착각하는 숙영, 말도 안 되는 말로 경찰을 속이는 근대와 친구들, 갑자기 말이 안 되는 설정으로 분위기를 변환시키는 초과의 썸남 등 전반적인 게 다이나믹하지만 그만큼 허무맹랑하다. 아무 생각 없이 이들의 활극을 읽고 있으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분명 허구의 소설인데 현실의 이야기처럼 그려져서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은 분명히 웃기고 재미있지만 섬뜩했다. 좀비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피부에 와닿았던 것은 또 새로운 바이러스로 멈춰질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을까. 정말로 웃긴데 웃기지 않다. 아니, 결코 웃을 수 없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