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 - 여자의 내장에 대해 말하기
김경연 외 지음 / 오월의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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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성운동의 기수가 되었던 그들은 대체로 성공보다는 실패와 처벌의 고통으로 역사를 만들어왔다. / p.12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을 자주 접하게 되는 편이다. 이렇게 독서가 생활화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찾게 되는 경향이 크다. 조이스 캐롤 오츠는 호러 장르에서는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하는데 여성이 가지고 있는 공포를 상상력으로 잘 풀어내고, 이서수 작가님께서는 현대 한국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밀도 있는 서사로 펼쳐 놓는 느낌이다. 이렇게 여성의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문학으로 드러나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김경연 교수님과 평론가,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열아홉 분들의 평론이 담긴 책이다. 원래 비문학과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있다. 장애학 관련 도서들을 많이 발간했고, 성소수자와 페미니즘 등의 주제에서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안다. 이 년 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보자기로 포장해 주신 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신작이 기대가 되었다.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녀 사냥으로부터 여성에게는 금기시되었던 성적인 욕망, 더 나아가 현실에서 여성의 위치 등 매체와 작품에서 드러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스무 명의 평론으로부터 펼친다. 구병모 작가님의 <있을 법한 모든 것>, 예소연 작가님의 <사랑과 결함> 등 잘 알려진 작품뿐만 아니라 다소 낯선 작품들, 하미나 작가님의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뮤지컬로 알려진 <위키드>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렵게 다가왔던 이야기다. 과거에 읽었던 작품들은 어느 정도 머릿속에 줄거리가 남아 있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작품들은 그 서사들을 검색하면서 읽었다. 조금 난이도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페미니즘을 다룬 책들 중에서는 그나마 설명이나 내용들이 친근하게 다가온 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독까지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두께에 비해 시간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박혜진 평론가님의 <마녀 사전>이라는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평론에는 두 편의 작품이 등장한다. <위키드>와 이평재 작가님의 <마녀물고기>인데 마녀를 주제로 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위키드의 내용은 신선했고, 이미 <퍼니 사이코 픽션>이라는 작품집을 통해 읽었던 마녀물고기의 해석이 흥미로웠다. 먹장어의 특성을 소설에 드러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주인공의 색정과 연관되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불안과 공포, 차별과 억압 속에서 나는 저항했는가, 아니면 그저 안주했는가. 작품 속에 스며든 시선을 끝내 읽어내지 못했던 스스로의 둔감함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누가 마녀를 희대의 악마로 규정했는가. 마녀는 단순한 악의 표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 편견을 부수기 위해 가장 선두에서 걸었던 당당한 이들이었다. 깨우치고 나서야 그들이 당당하게, 그리고 새로운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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