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세븐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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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하려는 일이 성공하면 훨씬 즐거워지리라. / p.15

한 작가님의 소설과 에세이, 또는 소설 사이의 장르가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 느낌이 묘하다. 보통 한쪽만 선호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늘 불호에 가깝지만 에세이는 너무나 좋아한다. 또한, 최진영 작가님의 <구의 증명>, <원도> 등의 피폐한 작품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쓰게 될 것>, <단 한 사람>은 너무 좋았다. 같은 작가님이 맞나 싶을 정도로 늘 의아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로 하나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새로운 느낌의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에도 시대가 배경이 된 <고양이의 참배>, <귀신 저택> 등의 작품들이 충분히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모방범>, <화차> 등의 사회적 미스터리 소설을 집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에 이번에 새로 개정된 이 작품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소설에는 두 남녀가 등장한다.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 한 침대에 누워 있던 남녀. 자신의 이름과 사는 곳도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레벨 7으로 시작되는 알 수 없는 암호가 적혔다. 심지어 처음 보는 이 공간에는 피가 묻은 수건과 총, 현금 다발이 있다. 불안과 공포감으로 가득한 곳에서 두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사흘간 이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그곳에 머물러 있게 된 것일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 스토리 흐름을 쉽게 이해한 편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긴장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더 몰입되었다. 완독까지 대략 네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거의 700 페이지의 작품치고는 꽤 빠르게 완독한 편이다. 에도 작품들이 어려웠던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의 연결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기억을 잊은 두 남녀를 돕는 사에구사라는 남자와, 네버랜드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신교지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신교지는 자신에게 배정된 미사오가 실종되자 이를 쫓는 사람인데 처음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연결고리가 없는 듯했다. 신교지와 미사오의 이야기와 사에구사와 두 남녀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결말에 이르러 퍼즐이 맞춰지자 소름이 돋았다.

인간의 이기심과 악은 끝이 없다. 그래서 소설은 끊임없이 새로운 괴물을 만들어낸다. 독자들은 그들을 통해 분노와 카타스시스를 동시에 경험한다. 이 작품 역시 이기심을 끝내 내려놓지 못하고 타인을 파괴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명불허전 작가가 그려내는 인간의 어두움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이야기는 결국 우리 자신의 이기심을 되묻게 만든다. 이것이 사회파 미스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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