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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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늘 변화하고,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살아 있지만 썩어가고, 끊임없이 소멸하는 존재. / p.266

이렇게 서평이라는 이름의 기록을 남기게 된 지도 벌써 오 년이 되어간다. 매번 잊지 않기 위해 줄거리를 적고,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까지 적고 있지만 늘 어렵다. 익숙해질 시기가 된 것 같지만 그게 쉽지 않다. 특히, 이야기의 흐름을 도저히 모르겠는데 문장이 파고드는 작품이면 그야말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를 어떻게 글로 풀어낼 수 있을까. 부족한 글솜씨로는 이 애매모호하지만 끌리는 이야기를 도저히 풀어낼 자신이 없어진다.

이 책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라는 불가리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우연히 작가의 전작이었던 <타임 셸터>에 대한 한줄평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다. 너무 혼란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종종 그런 작품들을 마주하기는 하지만 얼마나 그게 강렬하면 그렇게 남겼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후에 그 작품을 구매했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번에 신작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나라는 참새는 당연히 새로운 작품에 눈길이 갔다.

소설의 화자는 스스로 1913 년 8 월에, 1968 년 1 월 1 일에, 1944 년 9 월 6 일에 태어났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다. 각각 다르게 태어난 남성들이 곧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경험했던 슬픔과 아픔을 공감하는 화자의 내용이다. 어느 날에는 1913 년의 남성이 어렸을 적 길을 잃어 제분소에 버려질 뻔한 이야기를, 또 어느 날에는 1968 년 1 월 1 일에 태어난 남성이 살았던 남성의 불완전한 불가리아 시기를 관통하기도 한다.

되게 난해하고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순서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파편적으로 튄다. 마치 누군가의 뒤섞인 일기장을 시간 개념이 없이 쭉 읽게 되는 느낌이다. 불가리아의 시대상을 모를 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 미노타우로스 이야기, 단테 <신곡>의 내용,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반적으로 많은 분야의 이야기가 접목되었다는 점에서 꽤 오래 붙들게 되었던 책이었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개인적으로 <부주의한 살해>라는 제목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개미를 살해했다는 짧은 문장의 글이다. 280~285 mm의 신발로 눌러 죽이게 된 개미들. 그 발바닥의 압력만큼이나 죄책감도 크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그 부분의 공감이 가장 크게 다가온 것 같다. 나 역시도 부주의하게 많은 개미들을 살생했다는 게 크게 와닿았다. 짧고 굵게 마음을 치고 들어온 내용이었다.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경험했던 이들의 아픔과 분노, 외로움과 죄책감 등 다양한 이름의 슬픔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논리적인 머리로 이해할 수 없지만 감성적인 마음이 더욱 동했다. 서두의 그 애매모호한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늘어나는 인덱스 갯수만큼이나 머릿속도 복잡하다. 이렇게 글을 적는 순간까지도 말이다. 부족한 글로는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니, 읽고 직접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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