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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정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VORA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늘 죽음의 그림자를 옆구리에 끼고 살았던 누군가에겐 그런 말조차 조롱처럼 들렸다. / p.7
예전에 읽었던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라는 작품이 SNS에서 소소하게 언급이 될 때마다 뿌듯한 마음과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이후 존엄사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 선택한 책이었는데 많은 것을 느꼈다. 국가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한낱 개인으로서 존엄사를 외부적으로 많이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이 책은 조경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안락한 죽음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자들에게는 아이러니하게 들리지만 누구나 생각하고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넓은 차원에서는 소설의 주제가 언급한 존엄사와 비슷하지 않을까. 죽음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로서 흥미로웠다. 과연 안락정원에서는 어떤 안락한 죽음들이, 아니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테오라는 인물이다. 동생 테린을 찾기 위해 안락정원을 찾았다. 안락정원은 죽음을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반신반의로 303 호에 들어선 테오는 착실하게 안락정원의 규칙을 지킨다. 안락정원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원했지만 생동감 넘치고 차분했다. 비밀에 싸인 404 호 구성원의 이야기와 테오의 개인사가 겹쳐져 전개된다.
술술 읽혀진 작품이었다. 사실 내용만 보면 힐링 장르의 소설 범주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그 지점이 만족스러웠다. 스토리 흐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번갈아 읽었고, 이틀에 걸쳐 대략 네 시간 전후로 걸린 듯하다. 한 번의 호흡에 충분히 완독할 수 있는 분량이다.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등장 인물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듯한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지금까지 읽은 소설의 주인공 위주로 사건이 전개되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주인공 테오뿐만 아니라 안락정원에 입주한 모든 이들이 비슷한 분량으로 등장하는 편이다. 가장 독자들에게 얼굴을 늦게 비춘 404 호 입주자도 테오가 먼저 현관문을 두들긴 것처럼 마치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먼저 내미는 느낌이었다.
죽음을 원하는 이들이 찾아와 삶을 찾아가는 내용들이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직종 현직자로서 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여기에서 말하는 안락정원은 안락한 삶을 위한 거주지가 아니었을까. 여기에 남겨진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죽기 싫었고, 삶을 원했던 이들이었다. 그건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현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