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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
유키 신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평점 :




'뜻대로 안 되는 세상'은 어떨까요. / p.204
대한민국이 배달의 강국이라고 느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만 당일 배송이 되는 것이냐고 따졌는데 지방 광역시인 여기도 새벽에 주문하면 밤에 도착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어르신의 부탁으로 생수를 주문했는데 익일 배송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르신께서 거주하시는 동네는 읍내에서도 차로 넉넉 잡아 이십 분이나 들어가야 하는, 버스도 하루에 두세 번밖에 정차하지 않는 마을이었다.
이 책은 유키 신이치로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진상을 말씀드립니다>라는 작품의 호평을 들었다. 평소 친구에게 추천해 줄 때가 많았는데 너무나 자신 있게 그 작품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작가이다.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신작 소식을 접하고 바로 선택하게 되었다. 조만간 읽기를 바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일본 음식부터 태국 음식, 분식에 이르기까지 온갖 나라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셰프가 있는데 뭔가 대답부터 표정까지 뭔가 이상하다. 그곳에 음식을 받으러 온 배달원들은 기묘한 거래를 하게 된다. 심지어 숙제까지 내 주는 기이한 음식점. 각자의 이유로 이를 수락했던 배달원들이 가지고 온 정보와 이를 해결하는 셰프의 이야기가 마치 연작 소설의 형식으로 전개된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르 소설인데 소재 자체도 현재를 관통하는 편이어서 자리에 앉아 페이지를 쉬지 않고 넘겼다. 현실감과 몰입감은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경험이었다. 무언가 추리하는 느낌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전한다고 생각하면 금방 완독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배달원의 특성상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이 되었다는 점은 독자에게 지루하게 느껴져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개인적으로 소재 자체가 너무 흥미롭게 와닿았다. 처음에는 배달원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잘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위로 배달원이 배정된다는 특성을 살려 매번 사건에 다른 화자가 등장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또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현재를 살고 있는 2030 세대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재미와 사회적인 부분을 함께 풀어낸 게 참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사건 조사도 배달이 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에게는 득이 클까, 실이 클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읽었는데 지극히 사적인 의견으로는 후자인 듯하다. 약간 CCTV로 실시간 감시하는 세상처럼 느껴졌다. 생각하면 참 섬뜩한 내용이지만 스토리가 흥미롭게 다가와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친구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었고, 전작을 읽을 수 있는 믿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