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
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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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늘 현재를 살고 현재는 우리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 p.146

이 책은 조이스 캐롤 오츠라는 작가가 기획하고 엮은 앤솔로지 작품집이다. 원래 호러 장르의 작품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조이스 캐롤 오츠 작가의 작품들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귀신이 등장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페미니즘을 꿰뚫고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 듯하다. 체감하지 못했던 이슈를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이 가장 좋았는데 작가의 기획이 들어간 작품집이라면 긍정적인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시녀 이야기>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꽤 인지도가 높으며, 늘 노벨문학상 후보로 대두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의 작품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의 에이미 벤더 작가를 제외하면 모두 초면인 작품들인데 그럼에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언급한 것처럼 가장 크게 기대한 이유는 조이스 캐롤 오츠 작가의 기획이었고, 다음은 주제에서 오는 관심이었다.

총 열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작가에 따라 몰입도가 달랐다. 또한, 분량도 한 열 페이지 내외에서 끝나는 작품부터 꽤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작품까지 다양했는데 평균적으로는 너무 괜찮았다. 400 페이지 정도 되었는데 대략 네 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다. 머릿속으로 스토리를 그리는 게 조금 어렵기도 했다. 아마 여성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개인적으로 에이미 라브리라는 작가의 <육안 해부학>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의학대학을 다니는 한 남성이다. 누가 봐도 이성 교제에서 인기를 얻지 못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친구들은 소문이 좋지 않은 여성 학우와 성관계를 맺어 동정을 떼라는 장난을 건네기도 한다. 학우가 자고 있는 틈을 타서 자위로 이를 해소했다. 그런데 점차 갈수록 성기에 이상한 종기가 생겼다.

열다섯 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남성이 화자로 등장한 소설이었다. 그러면서 성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흔히 말하는 연애에서는 호감을 사지 못한다. 육중한 몸과 어설픈 성격 등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인상은 아니었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부용 시체에 못된 짓을 하고, 그게 곧 자신에게 생긴 이상한 종기의 원인이 된다. 주인공의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관념이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이서수 작가님의 <몸과 고백들>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두 권의 소설 모두 여성의 몸이 주제인데 결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흥미롭게 읽을 듯했다. 전자의 작품이 스스로 느끼는 여성의 몸이라면 이번 작품집은 외부에서 노골적으로 보이는 여성의 몸을 다루고 있다. 삐뚤어진 여성의 몸에 대한 관념들을 느끼게 되었다. 단순하게 재미로 끝날 수 있는 호러 장르가 아니어서 더 머릿속에 깊이 각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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