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위의 가마괴
강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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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VORA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뒷전에서 관망하는 거예요. / p.25

이 책은 강지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이라는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꽤 유명한 소설로 알고 있다. 그러다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이라는 작품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청소년 화자의 눈으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여서 좋았다. 그러다 이번에 신작 소식을 접했는데 그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결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갔다.

소설의 주인공은 윤지와 민기라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성이 다른 이복 남매이다. 심지어, 부모님께서 서로 데리고 온 입양된 이들이었다. 윤지는 정신병원에서 근무하지만 경찰 신고 내용을 몰래 듣고 악을 처단하는 까마귀이기도 하다. 반면, 민기는 소심하지만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기린 모자를 착용하고 지하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 그게 곧 도담시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남매를 방해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술술 읽혀졌다. 전작에서 느꼈던 것처럼 스토리텔링이 아주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확실한데 이 지점이 몰입도를 높였다. 실제로 있을 법한 도담시라는 공간적 배경,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어서 현실감이 있었던 게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반 정도 걸린 듯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사적 제재에 대한 생각이다. 윤지는 도담시에서 까마귀로 활동하면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 등 상식적이지 못한 이들에게 딱 죽지 않을 정도의 처벌을 가한다. 분명 피해자들은 경찰이라는 공적인 수단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데 윤지가 가하는 사적인 제재가 과연 옳은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불법적인 루트로 행하는 옳은 일에 대한 생각이다. 첫 번째 지점과 이어서 생각하면 윤지는 경찰에게 온 신고를 불법 청취해 정의를 실천한다. 그런데 과연 이 또한 옮은 지점인지 의문이 들었다. 선한 의도로 한 일이라고 해도 그 목적과 수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경찰과 공무원들이 까마귀의 존재를 쫓는 것도 이해가 되는 지점이었다. 지극히 사적인 생각으로는 조금 옳지 못하다고 보여졌다.

추리 스릴러 장르의 맛을 지키면서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과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넓은 차원에서는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성장과 추리라는 장르의 특성만 다를 뿐 틀은 비슷했다. 앞으로는 작가님의 신작들을 믿고 고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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