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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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좀처럼 끊지 못하는 나쁜 습관이라는 괴물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서. / p.9

이 책은 쓰무라 기쿠코라는 일본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띠지에 적힌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잠깐의 거짓말로 하루를 건넌다는 말. 아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일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전반적인 스토리가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어떤 재미를 선사해 줄까. 그리고 거짓말은 어떤 영향을 줄까.

소설은 총 열한 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산다. 접시를 버리지 못하고 쌓는 어머니와의 갈등을 색다른 방법으로 풀기도 하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애플리케이션의 아바타에 분풀이를 하는 방법도 있으며, 대학 동아리를 탈퇴할 수 없어 거짓말을 만드는 이도 있다. 거짓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능력을 가지고 부탁을 받는 이들까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술술 읽혀졌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몰입도가 높았다. 아마 소설의 판타지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가벼운 에피소드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이 부분이 훨씬 더 호감적인 측면으로 다가왔다. 300 페이지가 되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정도 소요가 된 듯하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고약한 짓>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집에 가장 첫 번째로 실린 소설이다. 소설의 화자는 습관 관리 애플리케이션에서 '튀김소바'라는 닉네임의 아바타에게 충격을 가한다. 습관적인 음주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화자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중 한 사람은 어머니의 접시를 가지고 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깨는 취미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하는 이들의 행동이 되게 공감이 되었다. 몰론, 이들처럼 습관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접시를 깨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남들에게 말하기 민망한 방법으로 이를 해소할 때가 있다. 최근에는 키캡 키링을 눈여겨 보는 중인데 이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닐까.

직장인이 되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줄 알았다. 나 역시도 그렇게 살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스무 살이 되고, 서른 살을 지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의 나는 몸만 큰 어른이 된 듯하다. 여전히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타인들에게 좋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어린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등장하는 이들이 '너만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니야.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라는 위로를 전달해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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