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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평점 :


그건 것도 사랑이라 생각하면 다른 건 다 괜찮다고. / p.92
비교적 감정 표현이 서툰 편에 속한다. 그래도 글로서 표현하는 것은 나름 익숙해지는데 말로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게 가족, 연인, 친구 누구에게든 그렇다. 가족들이나 오래 본 지인들은 무뚝뚝한 말투에 그러려니 하는 듯하다. 오래 따로 살다가 만나게 된 연인은 다르지 않을까. 조금 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은 드는데 성향이 이래서 늘 고민을 달고 산다.
이 책은 이서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감정 제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종종 읽었던 것 같은데 흥미가 간다. 하도 주위에서 AI 또는 로봇이라는 오해를 사는 사람이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질감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감정이 제거가 되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 <HER>을 보고 요즈음 자주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어서 줄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강하리라는 인물이다. 감정제거술을 받은 어머니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감정 무소유자가 되었다. 감정 무소유자는 서른이 될 때까지 일정 기간에 한 번씩 감정 테스트를 하는데 마지막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하리가 다니고 있는 노이모션랜드는 감정이 제거된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회사인데 하리는 그곳에서 중심이 된다. 감정이 없는 하리에게 익명의 고백편지가 날아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SF 소설이어서 약간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었는데 그게 무색하게 쉽게 이해가 되었다. 배경 자체는 누가 봐도 SF 느낌이 나지만 내용은 자주 접하게 되는 소재라는 점에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거기에 너무나 일상적인 사랑이기 때문에 스토리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반 정도 소요가 된 듯하다.
개인적으로 초중반부에 어머니가 하리에게 하는 말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사랑은 설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과 어떤 삶을 살아갈지 의지를 다지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사랑에는 반드시 설렘이 존재해야 된다는 보통의 시선과 달리 편안함과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의 가치관과 맞아 떨어진 내용이어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사랑에는 감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필수 조건인지 잘 모르겠다. AI와 연애하는 게 매체에서 자주 소개되고,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어가는 지금 사회에서 상관관계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사랑은 인간을 감정적으로 만든다. 나 역시도 경험을 돌이켜 보면 잔잔한 바다에 돌이 단져 파동이 생기듯 감정을 앞세워 사랑했던 것 같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이런저런 생각들이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