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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평점 :


괜히 신경 곤두세우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 p.13
기본적으로 사랑이라는 것은 미치지 않는다면 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요즈음 연애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유독 강하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게 막상 쉽지도 않다. 경험으로도, 아니 타인의 사랑을 보는 것으로도 그렇다. 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 연애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유독 사랑 하면 떠오르는 일본 작가 중 한 사람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가 아닐까 싶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등 단편소설집과 <여행 드롭>이라는 에세이를 접했다.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사랑을 잘 그리는 작품이라는 인상은 여전히 남았다. 그래서 이번 개정판으로 발간된 작품이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쇼코와 무즈키, 그리고 곤이다. 번역가이지만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는 쇼코에게는 남편 무즈키가 있다. 무즈키는 내과 의사로,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은 너무나 부러워하는 부부 사이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 보면 무즈키는 동성애자이며, 곤이라는 이름의 애인이 있다. 아무리 봐도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관계의 세 사람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읽혔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작품을 종종 읽기도 했었고, 누군가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인 듯했다. 그래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이들의 일상 자체도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여서 인물들에게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머릿속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두 시간 안에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쇼코의 정신적인 문제가 인상적이었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타고난 것처럼 보였는데 무즈키와의 결혼생활에서 악화된 것처럼 보여졌다. 상식적으로 봐도 쇼코의 상황은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배우자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나갈 수 있는데 심지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다. 그와중에 아이를 원하는 양가 부모님들과 친구의 무례한 말까지 읽는 내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들은 무슨 사랑을 하고 있을까. 그동안 많은 소설과 에세이로부터 폴리아모리, 퀴어 등 성 소수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읽었고, 사랑에는 장벽과 장애가 없다는 것 또한 항상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 이후 쇼코와 무즈키, 곤의 사랑은 어떤 문장으로 표현해야 좋을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라면 굳이 하지 않을 사랑이겠지만 사랑은 이해를 바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았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