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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루민
오카베 에쓰 지음, 최현영 옮김 / 리드비 / 2025년 12월
평점 :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매일의 삶 속에서 자기 머리로 충분히 생각하며 행동한다고 믿겠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거든. / p.15
나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종종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흐르는 생각 중 하나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진짜일까. 아니라면 지금 내가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일까. 아마 사회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물론, 크게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내 모습을 바꿀 생각은 없다.
이 책은 오카베 에쓰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주제가 흥미로워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각자 다르게 말하는 이야기. 물론, 사람마다 다른 히스토리가 쌓인다는 점에서 같은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늘 생각하던 주제 중 하나였다. 새해부터 무거운 작품보다는 가벼우면서도 흥미가 있는 소설을 찾고 싶었는데 이 작품이 딱 그 기준에 부합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루민이라는 인물이다. 루민은 글쓰기 모임에서 꽤 영향력 있는 사람이자 에세이 작가인 듯하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루민을 바라보거나 겪은 열여섯 명의 말이다. 루민에게 영향을 받아 좋게 평가하는 이가 있는 반면, 루민을 악마라고 칭할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인물도 있다. 그러다 루민을 둘러싼 사건들이 드러나면서 점점 진실에 가까워져 간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인터뷰와 루민의 에세이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약간 끊기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요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주인공을 객관적으로 보고 몰입할 수 있어서 그 부분이 더욱 좋았다. 읽는 내내 몰입도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28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오전에 두 시간 이내에 완독할 수 있었다. 그만큼 스토리가 빠르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어느 한 사람의 인터뷰보다는 전반적인 루민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읽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루민은 흔히 말하는 소시오패스의 전형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좋게 이용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루민의 말과 행동으로 인생이 망가진 인물도 있었는데 읽는 내내 이 부분이 답답하게 다가왔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을 채우는 것은 경계가 필요한 듯하다.
처음에 예상한 부분은 사람의 양면성이었는데 그것보다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소시오패스의 모습으로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스토리의 전체가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부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인터뷰를 보면 충분히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었다. 스스로와 주변을 한번쯤 생각하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