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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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처한 상황을 두려워할 기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 p.15

이 책은 아이자키 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크게 생각하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었다. 단지, 익숙한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간이어서 읽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 소설을 그나마 괜찮게 읽기도 했고, 올바른 지도의 뒷면이라는 제목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요즈음 이상하게 소설만 내리 읽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느낌으로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코이치로라는 인물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미성년자 남성이다. 야간 학교로 학업을 이어가면서 실직한 아버지 대신 낮에는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로 생계도 책임진다. 그러면서 작게 모은 8만 엔으로 독립 계획까지 세운다. 그 모은 돈을 아버지께서 유흥에 써버리고, 코이치로의 가까운 이성 친구마저 강간했다는 발언에 이성을 잃고 폭력을 저지른다. 그렇게 아버지를 눈이 쌓인 바닥에 눕히고 도망치듯 고향을 벗어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세계관이 크다거나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스토리는 아니다. 소설이라는 장르를 빼고 읽는다면 에세이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현실감을 가진 이야기여서 몰입할 수 있었다. 코이치로의 시점으로 전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에게 감정도 이입되었다. 34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하다. 라디오 시작부터 끝까지 듣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다. 그만큼 쉽게 넘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인간애에 대한 부분이다. 코이치로는 가명을 써서 노숙자들과 함께 지내다 소개로 일용직에 뛰어든다. 그곳에서도 성실함을 인정받아 타인의 도움으로 공장에 취업까지 하게 되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을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거친 세상에서 삐뚤어진 사람들을 만나 잘못된 길을 갔을 수도 있을 텐데 코이치로는 인복이 좋아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참 인류애가 넘치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코이치로의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다. 코이치로는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생각에 청년 시기까지 숨어 지낸다. 시간이 흘러 고향에 돌아와 진실을 알게 되는데 결말 지점이 참 묘한 느낌을 주었다. 코이치로가 없는 동안 아버지의 이야기와 고향에서 코이치로가 아버지를 향한 감정선이 공감이 되면서도 약간 분노가 생겼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코이치로에게 못된 아버지인데 이상하게 결말에 드러난 지도는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주인공이 가진 심리까지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 얼마나 있나 싶다. 물론, 리뷰에 검색하면 조금 나오기는 한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코이치로의 이 감정선 하나하나가 자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코이치로가 몰랐던 아버지의 과거가 인간으로서 감정적인 납득이 되어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페이지의 마지막에서 드는 이 허무하고도 헛헛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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