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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죽었대
리안 장 지음, 김영옥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8월
평점 :




나는 그 애들이 '누구'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 p.13
이 책은 리안 장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요즈음 유행하는 도파민 소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들을 읽었다. 도파민이 돌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없던 흥미도 생기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도파민의 노예 독자로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줄리라는 인물이다. 줄리는 불우한 가정 환경을 보낸 듯하다. 부모님의 부재로 쌍둥이 자매는 입양이 되어야 하지만 입양하는 측에서 한 명만 데리고 가기를 원했다. 결국 동생이 백인 부자 가정에 입양을 가게 되고, 줄리는 이모의 손에서 성장한다. 이모는 줄리의 양육자이지만 그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돈을 요구하는 등 뻔뻔하기 짝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 줄리에게 집을 해 주겠다고 동생이 나타난다.
동생은 아무 대가 없이 좋은 집을 줄리에게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데면데면하게 지낸다. 어느 날, 동생으로부터 수상한 연락이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걱정이 되었던 줄리는 자신의 일마저 내팽겨치고 미국으로 건너온다. 미국의 동생 집에서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 와중에 경찰은 줄리를 동생으로 착각한다. 시신이 언니 줄리냐고 묻는다. 줄리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전체적인 내용은 인플루언서 동생의 삶을 살아가는 줄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5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어서 과연 도파민의 설정들이 그대로 끝까지 이어질지 반신반의했다. 처음부터 강하게 시작해서 결말에는 힘이 빠져 아무것도 아닌 작품들을 드물게 만났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스토리 자체의 몰입력이 있어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퇴근 이후 자기 전까지 이틀에 나누어 완독했다. 시간만 보면 대략 네 시간이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인플루언서 이면의 삶이 인상적이었다. 줄리는 그동안 인플루언서와 거리가 멀었는데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그 세계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선택한 것이었지만 소설에 드러난 인플루언서들은 그야말로 생존 그 자체였다. 그들 역시도 스크린 너머의 사람들의 관심을 위해 고군분투했고, 뜻하지 않은 루머로 힘들어했다. 겪어보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 자체가 조금 무겁게 다가왔다.
타인의 관심에 크게 관심이 없는 타입이어서 인플루언서를 꿈꾼 적은 없지만 이렇게 독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부터 비슷한 결로 조금 더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분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한동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지금처럼 행복하다면 부러움보다는 만족감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