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녕 내가 이런 길을 가려고 했을까? / p.13
이 책은 엘러스테어 레이놀즈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물론, 계속 이야기가 들렸지만 개봉에 대한 언급이 되니 더욱 실감이 나는 중이다. SF 소설의 매력을 이끌게 해 주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 영화를 기대하면서 끝내 주는 SF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러다 고르게 된 신작이다. 많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코드라는 인물이다. 시골 의사인 듯하지만 현재는 데메테르 호에서 선원들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문예의 조예가 깊은 이의 비꼬는 말투나 코드의 의료학적 지식을 시기질투하는 이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그럭저럭 잘 버틴다.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모틀락을 비롯해 많은 선원들에게 호감을 사기도 한다. 그러던 코드가 빙하벽에 부딪힌 이후로 죽음을 맞이한다. 깨어나니 또 다른 세계에서 같은 인물들이 그를 보고 있다.
너무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머릿속으로 그려야 할 부분들이 많은 스토리여서 당황스럽게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에 주인공 코드의 시점에 따라 공간적인 배경마저도 바뀐다는 측면에서 완독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상력이 풍부하거나 과학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그나마 이해하기 쉬웠겠지만 늘 그렇듯 머리의 사진으로 찍어내기까지가 꽤 오래 걸리는 독자인 탓에 이틀에 나누어 읽었다. 대략 다섯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중후반부의 스토리 흐름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사실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사건은 없다. 단지 코드의 흐름에 따라 어선에서 우주선으로 따라가는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철학적 의미가 드러나는 게 중후반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작품에 몰입이 되어 익숙해질 때 사건의 전말이나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드러나는데 그게 조금 신선하게 다가왔다.
더불어,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었다는 것도 새로웠다. 초반에는 읽으면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떠올랐다. 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게 그나마 공통점일 텐데 이상하게 그 작품과 연관을 지어 작품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목표를 향해 헤쳐가는 여정이 와닿았던 것 같다. 거기에 첫 번째로 코드가 죽음에 이르고 나서 에드워드 에슈턴의 <미키 7>이 떠올랐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다를 텐데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 뭔가 느낀 바는 있는데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니,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지루하다거나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끔 재미가 있는데 말을 고르게 되는 작품들이 있지 않을까. 이게 딱 그 소설이었다. 어려웠지만 도전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정적과 동적을 오갔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머리를 어지럽게 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