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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너스에이드
치넨 미키토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 '프로'로서 간호사님들이 환자를 도와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 p.20
이 책은 치넨 미키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구원자의 손길>이라는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때 마침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다시 정주행하고 있을 시기이기도 해서 비슷하게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남았다. 그동안 작가님의 작품들이 많이 발간되었는데 이번에 또 전공을 살린 의사 이야기라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선택했다. 믿고 읽는 작가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오라는 인물이다. 현재는 세이료 대학 부속병원 소속 간호조무사로, 환자의 마음을 잘 읽는 장점을 가졌다. 반년 전, 언니가 어떤 일을 계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미오와 연관이 있었던 모양이다. 방황하다 아는 분의 소개로 병원에 취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류자키라는 병원의 플래티넘 등급의 외과 의사와 엮이면서 주목을 받게 된다. 미오의 PTSD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가정을 다룬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의료 용어에 대한 장벽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전문 용어들은 아래 주석으로 달려서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심지어, PTSD라는 용어는 너무나 자주 접했지만 그마저도 설명이 되어 있는 작품일 정도로 세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36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세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스토리에 빠져 읽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윤리이다. 인권이 중요하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자에게는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내 인권을 지키고 싶다면 타인의 권리도 지키라는 것이다. 중후반부에 야쿠자와 관련된 의료 행위가 등장한다. 이 지점에서 많은 의문이 들었다. 인간의 존엄성은 중요하다. 타인의 인권을 훼손한 한 개인의 인권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이게 과연 연좌제로 혈연으로 묶인 다른 이들에게도 해당이 될까.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두 번째는 간호조무사의 인식이다. 초반에 환자의 처치를 요청하는 미오가 수간호사로부터 무시당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베테랑 간호조무사가 잡일은 우리가 할 테니 간호사의 업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유무와 업무 범위가 대한민국과 다른 편이어서 신기하면서도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명확하게 업무가 나누어져야 그들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지 않을까.
솔직히 언니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토리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는 했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는 엉성하다고 느꼈다. 대신 언니에 대한 마음의 짐을 가진 미오의 입장에 몰입해 읽다 보면 납득이 갔다. 한 사람의 성장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이렇게 사람 냄새가 나는 스토리가 좋다. 소설 안에서만큼은 미오가 환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의료종사자로서 계속 뻗어나갔으면 하는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