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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연은 머릿속이 새하얘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새삼 느껴졌다. / p.24
이 책은 리러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라는 작품을 읽은 기억이 있다. 악마와 주인공이 아슬아슬 로맨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최근에 작가님의 신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연스럽게 술술 읽혀지는 작품을 고르고 있던 와중에 그 전작의 느낌을 기대하고 선택했다. 그래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주연이라는 인물이다.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딸의 친구인 금태를 보게 된다. 금태는 그 지역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 의문을 가지고 그를 조심히 뒤쫓던 주연은 실족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병원에 입원시킨 후 금태의 집에 갔던 주연은 똑같은 모습의 금태를 발견한다. 혼란스러워하던 주연에게 금태의 일부라고 우기는 새로운 금태가 부탁한다. 붕어빵을 예시로 드는 새로운 금태는 무엇일까.
술술 읽혀졌지만 아리송했던 작품이다. 붕어빵 틀처럼 익숙한 소재가 등장한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똑같이 틀에 찍어내는 소재 자체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너무 허구적으로 다가와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아니, 이 부분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게 조금 어려웠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세계관이 재미있었다. 한 인간의 부족한 부분이 붕어빵의 가장자리로 등장한다는 게 신선했다. 물론, 또 다른 인간의 형태지만 예시가 흥미로웠다. 사실 태어나서 그렇게 부족한 부분이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상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판타지의 느낌이 강렬하게 남았다. 그게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약간 아리송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부족한 면이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그게 뭘까?'라는 의문에 닿았다. 살면서 부족한 게 많다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딱 하나만 뽑자니 고민만 하게 되었다. 최근에 느꼈던 점은 경험이어서 처음 맞닥드리게 되는 환경에서 지금 나와는 다르게 해결하는 인격체이지 않을까. 그런데 금태와 같은 상황에서 같이 합체하자는 제안에는 똑같이 거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함도 좋지만 부족함 있는 지금이 더 좋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읽는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가볍고도 동적인 스토리와 문체에 비해 독자들로 하여금 나의 생각에 이입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무심하게 툭 던져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감정에 이입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해 주었다. 전작은 그야말로 킬링타임용 소설이었는데 이번 소설은 또 느낌이 달라서 그조차도 너무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