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보의 사랑 달달북다 12
이미상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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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이든 개든 방법이 없을 때는 위험을 감수해야죠. / p.40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서는 나를 보고 무던한 아이라고 평가했다.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OK. 딱히 걸리는 것 없이 평온하게 무언가를 하는 아이. 그러한 성향은 성인이 되어도 유지가 된 듯하다. 회사에서도 무슨 부탁이든 업무 지시든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예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인의 이야기에 호의적으로 반응한 이유는 내 스트레스를 덜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미상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드디어 달달북다 시리즈의 마지막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동안 시리즈를 읽었는데 안 읽으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젊은작가상 작품집으로 접한 작가님이기는 하지만 크게 임팩트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중 작가 초롱>이라는 단편소설집은 꽤 오랜 시간 장바구니에 있다. 믿고 읽는 시리즈의 기대가 되는 작가님의 작품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물이다. 누나 두 명을 둔 남자로 등장한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예민한 인물로 대변이 된 듯하다. 그냥 보통의 감각에도 우셨다.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난 이후 나는 예민함을 느끼며 잠을 못 이룬다. 예민한 아버지 때문에 고통을 받았던 가족들은 나름의 규칙을 두고 있었기에 이러한 불편을 섣불리 주장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조건 하에 독립을 하게 된 내가 윗집 연상 누나를 만나게 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분량이 적은 편이어서 부담이 없었다. 채 100 페이지가 안 되다 보니 완독까지 걸린 시간은 삼십 분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일상이 주제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라는 점에서 상상하는 것도 있었고,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크게 이해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쉽게 읽힌 것과 별개로 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에게는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와 연애하는 누나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움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뭔가 표현하기 힘든 답답함이 느껴졌다. 약간 한심한 백수 느낌이었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고통만 생각하는 듯했다. 공감하는 인물은 아버지뿐이었다. 진짜 극강의 예민함을 가졌지만 묘하게 연민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왜 아버지라는 인물에게 마음이 갔을까, 하는 생각에 답이 닿았다. 그것은 바로 내 기억 속의 아버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시던, 바깥세상은 너무 변화가 심해 집 안에 있기를 좋아하셨던, 목이 답답해 한겨울에도 목폴라 티셔츠를 거부하며 카라 티셔츠만 고집하셨던 아버지의 그림이 떠올랐다. 로맨스보다는 그리움이 컸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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