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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땅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리고 원장님, 설사 이 여인이 제 아내였던 제너리스라 해도, 저로서는 이러한 상태에 있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 p.59
이 책은 엘리스 피터스의 장편소설이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신간 중에서 마지막 작품이다. 입이 아프게 말하는 올해 여름에 푹 빠져서 읽은 시리즈라는 점에서 총알이 한 권밖에 남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위를 날리고 싶어 결국에는 페이지를 펼쳤다. 물론, 작년에 발간되었던 작품들 중 두 권은 구매 후 아직 읽지 않았는데 완독 이후 바로 이어서 읽을 계획이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기부된 땅이다. 다른 수도원에서 조건을 걸어 받게 된 땅에서 시체가 하나 발견된다. 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인데 그 무렵 사라진 여인이 하나 있다. 루알드 수사의 전 부인 제너리스인 것이다. 수도원의 수사들은 루알드를 용의자로 조사하지만 백골 시신에서 증거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설리엔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등장하면서 다른 각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너무 술술 읽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다섯 권이나 읽은 탓에 큰 줄기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내용 자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각 작품들마다 강약 조절이 다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패턴을 예상하기 힘든 것도 재미 중 하나로 보였다. 350 페이지가 넘는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세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역시 이 작품에서도 캐드펠 수사의 매력은 여전했다.
개인적으로 설리엔이라는 인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설리엔은 중반보다는 조금 빠르지만 다른 인물들에 비해 늦게 나온 인물이다. 캐드펠 수사의 보조로 업무를 하는데 속세와 종교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기도 한다. 처음 등장부터 당연하게 설리엔을 의심했는데 선한 행동들이 오히려 가식적으로 다가왔다. 설리엔은 왜 타인들을 생각할까. 그래서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도 있다.
또한, 시대적 배경이 너무 잘 드러났던 점도 기억에 남았다. 사실 현대 사회가 배경이라면 오래 끌 사건도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내내 남았다. 시체에 남은 뼈나 흔적으로 신원을 파악해 주변 인물을 탐색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초반에 루알도가 자신의 부인을 못 알아보는 장면에서도 속으로 '아, 이게 지금 일이었다면 잡아뗀다고 될 일도 아닐 텐데. 왜 답답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고전 작품인 것을 망각할 정도로 현실과 대입했다.
전작과 다르게 중반부에 사건이 해결된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다른 흐름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놀랐던 작품이다. 더불어, 캐드펠 수사가 가진 특유의 인간미와 능력으로 사건들을 그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건 여전했다. 익숙함과 변주 그 사이에서 독자를 들었다놨다 하는 이 시리즈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사건은 차갑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작품이었다. 이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찾아 읽을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