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 속의 갈까마귀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자네 생각은 어떤가? 캐드펠이 물었다. / p.20
이 책은 엘리스 피터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너무 입이 닳도록 언급했던 터라 이유를 서술하기 미안할 정도이다. 올해 여름을 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로부터 시작해서 끝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에 실질적으로 체온을 낮춰 준다고 하기에는 조금 어거지처럼 보이지만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서늘한 감을 많이 느꼈다. 그 중심에 바로 이 시리즈가 있다. 열두 번째 이야기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에이노스 교구 신부다. 여러 혼란스러운 일로 상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 슈루즈베리 근처 교구에 신부로 부임했다. 부임한 이후로 에이노스 교구 신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사람이라는 게 융통성이 있어야 할 텐데 너무 원칙적으로 일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전후 사정 따지지 않고 처리하다 보니 교구민들은 원장에게 이러한 애로사항을 토해냈지만 에이노스 교구 신부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주검으로 발견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다. 아예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스토리 전개나 등장인물 등 모든 부분들이 눈에 들어와서 더욱 초장부터 몰입할 수 있었다. 새로운 인물이 극을 이끌어가지만 주변 인물로서 캐드펠 수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이다. 불편하거나 어려운 내용 하나 없이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고 두 시간 안에 모두 읽었다.
개인적으로 베넷이라는 인물이 인상적이었다. 에이노스 교구 신부가 추천해 준 사람이다. 슈루즈베리 수도원에서 캐드펠 수사의 업무를 도와 주는데 청년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혈기왕성하고, 어떻게 보면 천진난만한 매력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와 동시에 의심하는 눈도 함께 발동했다. 더불어, 융통성 없는 에이노스 교구 신부의 평소 행실과는 다르게 권력을 이용한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흥미로웠던 스토리이다. 보통 객관적으로 평등하게 일을 처리하면 호응이 높을 줄 알았는데 에이노스는 조금 부정적으로 와닿은 인물이었다. 권력이라는 게 무엇일까, 또는 평등하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읽는 내내 에이노스의 행동에 많은 것을 생각했던 것 같다. 거기에 캐드펠 수사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더욱 와닿았던 작품이어서 이번에도 역시나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