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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스터리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아주 멀리서 왔지요. / p.30
이 책은 엘리스 피터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올해 여름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없었더라면 답답한 독서 생활을 보냈을 것이다. 매일 끈적이는 날씨에 불쾌 지수가 오르다 보니 독서 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짜증이 나니 책장을 넘기는 게 쉽지 않다. 가볍고도 시원한 장르 소설을 많이 찾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이다. 요즈음 독서량이 올라간 이유 중 하나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휴밀리스 수사와 피데일리스 수사다. 국가가 전쟁으로 어지럽다. 캐드펠 수사가 있는 슈루즈베리는 아직까지는 안전한 듯하다. 성축일을 보낸 이후 휴밀리스 수사와 피데일리스 수사가 슈루즈베리 수도원으로 쫓겨왔다. 휴밀리스 수사는 나이가 들었으며, 다친 상처가 벌어져 오래 살지 못할 상황이었다. 피데일리스 수사는 휴밀리스 수사를 정성껏 보호하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
휴밀리스 수사와 피데일리스 수사가 슈주르베리에 있는 동안 니컬러스라는 인물이 찾아온다. 휴밀리스 수사와 약혼했던 여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승락을 받기 위한 것이다. 휴밀리스 수사는 이를 수락했고, 니컬러스는 그 여인을 찾아 떠난다. 여인이 수녀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갔다고 말하지만 그 어느 수도원에서도 그 여인을 알지 못한다. 여인의 행방을 찾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최근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내내 읽다 보니 모든 지점들이 눈에 익었다. 처음에는 슈루즈베리나 수도원 등의 공간적 배경이 낯설게 다가왔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속도가 붙었다. 350 페이지의 작품이었는데 대략 세 시간이 되지도 않아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묵직한 추리 장르 소설을 찾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느껴지는 텐션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휴밀리스 수사와 피데일리스 수사는 부자보다 더 가까운 관계로 등장한다. 기력이 매일 떨어지는 휴밀리스 수사 옆에서 정성껏 묵묵히 그를 간호하는데 단순히 보기에는 너무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적인 텐션이 느껴진 것이다. 또한,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 사이에도 텐션이 있었는데 이 지점이 종교색이 짙은 작품이어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소설 <콘클라베>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에서 당연 손에 꼽히는 작품이었다. 특히, 결말에 이르러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이 등장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이렇게 풀어내는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와닿았다. 이렇게 비틀어서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읽었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다음에 읽을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너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