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자의 상속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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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주 중요한 방문객이 있는 모양이군, 캐드펠은 부원장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생각했다. / p.13

습도가 높아 책을 읽기 참 힘든 계절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물결을 치듯 휘는 책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비가 오는 날에는 스크래치가 있거나 찍힘이 있는 책 위주로 고른다. 그런 책들은 휘더라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럴 때는 또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이 끌리다 보니 고뇌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다. 가지고 있는 장르 소설들은 대체로 깨끗한 편이어서 휘는 것을 본다면 뭔가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이 책은 엘리스 피터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렇게 고민하게 된 책들이 바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이다. 바로 이번주에 읽었던 <할루인 수사의 고백>이 그렇다. 책 상태가 너무 좋은데 습기를 머금고 변형이 된다면 너무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즈음 같은 날씨에는 추리 스릴러 장르로 더위를 보내야 그나마 견딜 수 있기에 이번에도 다음 시리즈를 선택했다.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맑아 휘는 일은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일레이브라는 청년이다. 평화로운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일레이브가 자신의 주인 시신을 가지고 수도원을 방문하는 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곳에 모인 의원은 그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이성적이고도 합리적인 수도원장은 그를 지켜보기로 한다. 어느 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레이브는 이단 혐의를 받게 된다. 그것도 모자라 살해된 어떤 인물로 인해 살인 의심까지 받는 상황에 이른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지만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세 번째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다 보니 어느 정도 공간적 배경이 눈에 익었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읽었던 게 이번주 초반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았다. 사건은 다르지만 캐드펠 수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쉽게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종교적인 의미나 역사적인 배경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나오는 편이어서 낯설었다. 완독까지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개인적으로 소설 안에서 등장하는 권력 다툼과 종교가 융합되어 인상적이었다. 일레이브를 견제하는 인물들이 어떻게든 모함에 빠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사실 무교인 사람 입장에서는 일레이브의 말이 더 일리가 있어 보이면서도 이게 처벌을 논할 정도로 큰 죄를 저지르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자연스럽게 규칙이나 교리 등이 생기는 것은 이해하지만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에 읽었던 <할루인 수사의 고백>에 비해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다른 장르 소설에 비해 정적으로 느낄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이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거나 음모론을 펼치는 내용들과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긴장감을 주었다. 상반된 매력이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믿고 읽는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잘 쓴다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 같다. 다음 작품은 무엇을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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