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조품 남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오정화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와아,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행복이 있구나. / p.20
이 책은 야기사와 사토시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이름이 낯이 익어 검색해 보니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시리즈를 집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1편을 구매해 읽다가 꽤 오랜 시간을 방치해 두었다. 작년 추석 무렵이었던 터라 내용을 다 잊은 상태여서 안 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특유의 일본 힐링 소설이 끌려 찾던 중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요이치와 유카리이다. 두 사람은 열한 살 차이가 나는데 보통의 남매 사이는 아니다. 배 다른 이복 남매인데 부모님께서 갑작스럽게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오빠 요이치는 대학을 중퇴하고 동생이 있는 고향으로 내려온다. 유카리는 그런 오빠와 함께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약간 어수룩하게 느껴지지만 나름 듬직한 오빠 요이치와 나이에 비해 성숙하면서도 똑부러지는 유카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임에도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남매 사이의 이야기라는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도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일본에서만 먹는 음식들이 등장했지만 미주로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쉽게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었다. 3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반만에 완독이 가능했다. 아마 힐링 소재를 찾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만족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첫 번째는 행복에 대한 지점이다. 초반에 유카리는 라디오의 사연들을 들으면서 사람마다 다양한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빠가 행복한지 의문을 가진다. 도쿄에서 대학 생활을 누리는 행복이 있을 텐데 굳이 이렇게 고향까지 내려와 자신을 돌보는 오빠가 행복할까. 그 지점에서 행복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두 번째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다. 이는 전공과 연관되어 생각했던 부분이다. 1인 가구가 4인 가구를 앞지를 만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이 점차 깨지는 것 같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 남매 역시도 보편적인 상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언급했던 것처럼 두 사람은 피가 섞이지 않은 이복 남매 지간이다. 소설에서 이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친척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하게 힐링 소재를 지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사적인 무거움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따뜻함을 안겨 주었지만 그 너머의 이복 남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생각들이 조금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데 때로는 진품보다 모조품이 더 튼튼할 때도 있다. 물론, 이들은 모 선생님의 말씀처럼 모조품이 아님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