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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층 탐정
정명섭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 고생 끝났네. / p.13
이 책은 정명섭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믿고 읽는 작가님 중에 한 분이 바로 정명섭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단행본도 종종 읽었지만 대부분 앤솔로지 작품에서 접했는데 대부분 느낌이 좋았다. 이번에 신작이 발간된다는 소식을 접해서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선택했다. 그동안 많이 접했던 만큼 나름 기대감도 꽤 컸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혜린이라는 인물이다. 유혜린은 승무원이었는데 부자인 남자 친구로부터 프로포즈를 받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 부자들만 거주한다는 그린우드에 살고 있었다. 요가를 배우면서 남성신을 알게 된다. 남성신은 유혜린과 시선이 자꾸 마주치고 있지만 가까워지지는 못했다. 인도 요가 연수에서 남성신이 투신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유혜린은 남성신과 주변 인물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크게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게 읽기에 좋았다. 소설의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없었다. 지극히 사적으로는 거슬린 점이 없어서 쉽게 완독했던 이야기인 것 같다. 25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대략 한 시간 반에 모두 읽을 수 있었다. 라디오 두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개인적으로 여성들의 서사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요즈음 작품들 중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부분이며,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 추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한국 작품으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비중이 있는 남자 인물이라면 유혜린의 남편과 그린우드의 경비실장 정도가 될 텐데 그다지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여성들이 연대해 이를 해결하는 모습들이 참 기억에 남았다.
또한, 이 안에서 사회적인 계급이 눈에 띄었다. 그린우드의 특성상 고층와 다른 층의 대우가 달랐다. 애초에 연결되는 문이나 모든 것이 구분이 되어진 곳이었는데 읽는 내내 현실적인 시점에서 빈부 격차가 보여 씁쓸했다. 물론, 좋은 아파트에서는 그만큼 맞는 생활을 누리기는 하겠지만 이 지점이 크다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인종 차별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그렇게 묵직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책의 페이지 수보다는 두껍게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참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 스토리 자체가 나름 페이지 터너의 역할도 하고 있어서 책이 무겁게 느껴지는 요즈음에 국수처럼 후루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님의 다름 작품이 더욱 기대되게 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