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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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녀가 내 손에 대고 그르렁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 p.20

이 책은 조 앤 비어드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관심 있는 소재여서 선택하게 되었다. 상실을 다룬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안 그래도 큰일을 겪고 난 이후부터 죽음과 상실이라는 키워드에 유독 집착하게 된다. 관련 책이라면 대부분 읽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위주로 읽지만 그 주제가 관통하는 내용이라면 비문학도 무조건 읽었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 역시도 그런 맥락으로 고른 소설이다.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지만 그것을 단순하게 단편으로 표현하기에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다양한 이유로 헤어진 이들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주어를 지우고 읽는다면 에세이 같기도 했고, 한 명의 주인공이 쭉 벌어진 일들을 담담하게 겪어가는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여러 장르를 읽게 하는 착각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조금 어려웠다. 직관적인 문장이 아니라 상상해야만 그려지는 문체여서 낯설게 다가왔다. 3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퇴근 이후 자기 전에 시간을 내어 읽는다든지, 아니면 점심 시간에 한 편씩 후루룩 읽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략 삼 일 정도 걸린 듯하다. 보통 이 정도 두께라면 세 시간이 되기 전에 완독이 가능했을 것이다. 소설이지만 시처럼 느껴진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작품인 <마지막 밤>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갑자기 강아지가 계속 빙글빙글 도는 행위를 한다. 주인은 동물병원에서 이 강아지의 뇌에 이상이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루이틀 정도 더 두고 보자는 의사의 조언에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강아지가 소변을 눕고 난 이후 어디엔가 부딪혀 반응이 없다. 주인은 그동안 강아지와 함께 보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강아지와 함께 동물병원으로 향한다.

사실 첫 페이지를 읽었을 때에는 강아지의 죽음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왜 사람이 이렇게 빙글빙글 도는 거지? 가족의 뇌에 이상이 있는 건가?' 이렇게 엉뚱하게 해석을 했었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반려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십 년 전에 떠나보넀던 강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조금만 더 버텨 달라는 주인의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상실과 죽음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문학적으로 곱씹었던 책은 이 작품이 유일한 것 같다. 단순하게 애인과의 이별, 반려견과의 사별, 불이 난 현장에서 반려묘를 구하는 스토리 등 함께했던 무언가와 헤어지는 일이 참 담담하게 적혔는데 그게 막상 문체처럼 평온하게 읽혀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남는 감정은 깊은 슬픔과 여운이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또 다른 도전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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