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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평점 :




현장이 밀실이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 p.11
여름이 되었다는 것을 의외로 독서에서 실감할 때가 있다. 이 정도 시기가 되면 으스스하게 느낄 수 있는 공포, 스릴러, 추리 장르의 작품들이 끌린다. 비가 온 이후 부쩍 습도가 높은 탓에 주말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물론, 읽을 책들 중에서는 무조건 원하는 장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손에 쥐는 것은 다 비슷한 장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가모사키 단로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미스터리 장르여서 선택하게 되었다. 거기에 밀실 소재의 작품들은 많이 못 읽은 것 같다. 대부분 전형적인 루트의 이야기가 익숙했는데 밀실은 이상하게 머리를 써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거리를 두었다. 그 유명한 <밀실 살인 게임> 시리즈도 안 읽었으니 그냥 거의 안 읽는다고 봐야 할 듯하다. 무더위가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밀실 호텔인 설백관을 방문한다. 설백관은 과거 소설 작가가 세운 호텔인데 밀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청소년기 때 함께 문예부 활동을 했던 미쓰무라를 만난다. 투숙하기로 했던 인원과 호텔 직원들이 차례로 의문의 살인을 당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과 미쓰무라는 밀실 사건을 하나씩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밀실 소재의 추리 장르 작품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주인공과 같이 이를 풀기보다는 '아, 그렇구나.'하고 넘기는 편이었다. 읽는 내내 스스로 생각하면서 읽지는 않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추리를 읽으면서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런 매력이 장르 소설을 읽는 재미인가 싶었다. 450 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작품이었는데 세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개인적으로 소설이 구축한 배경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삼 년 전의 밀실 살인 사건을 계기로 국가가 개입한다는 점이었다. 밀실 트릭을 분류하는 표도 있다. 사건으로 법이 개정되거나 정책이 바뀌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깊숙하게 관여를 한다는 게 새로웠다. 읽었던 추리 장르 소설 중 가장 세계관이 크지 않을까 싶었다. 이 지점이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 비슷한 느낌도 들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독자로서 작가와 티키타카 하는 기분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종종 사건 안으로 끌어들인다거나 대답을 요구하는 등 참여하는 방식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대로, 독자는 현실에서 대리 만족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 허구의 가상 세계로 툭 밀어넣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다음에 같은 작가의 다른 신작이 발간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기대에 충족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