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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평점 :

사실 소크라테스는 정치범에 가깝다. / p.23
법 없이도 살 정도로 규칙을 잘 지켰는데 삼십이 넘으면서부터 조금씩 바뀌었다. 자랑은 아니겠지만 법보다는 스스로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게 된 것 중 하나가 법의 공정성에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권력에 따라 처벌이 상대적으로 변한다. 같은 죄를 지었어도 가난한 자는 징역을 살고, 부유한 자는 그냥 나온다. 특히, 최근 국가의 큰일을 치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과연 법으로 무엇을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김웅 작가님의 인문학 도서이다. 사실 그래서 한동안 정치와 법 관련 비문학 책을 멀리 했었다. 읽을 때마다 답답했다. 오죽하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치 색깔을 띄는 작가님들의 작품도 안 봤다. 그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공부하고 비판할 수 있다면 하자. 법에 대한 내용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더 깊숙하게 들어가서 법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과거에 법은 어떻게 생긴 것이며, 우리가 아는 잔다르크와 소크라테스 등의 인물들이 어떻게 법의 처벌을 받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또한, 마녀재판이라는 어원의 유래와 어떤 사람들이 이러한 피해를 받았는지 등 그동안 법 하면 궁금했던 질문들을 해결해 주었다.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법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 서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서양사를 공부하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물론, 춘향전의 일부와 원님 등 대한민국의 과거 심판 내용들도 등장했지만 대다수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였다. 400 페이지 정도의 책이었는데 딱 네 시간이 걸렸다. 나름 메모하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마녀 재판과 미란다 원칙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마녀 재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또 다른 마녀를 끌어들여 자신의 죄를 벗을 수밖에 없는 당시의 시대상이 조금 인상적으로 남았다. 또한, 몇 마디를 고지하지 않아 자백이 무효화되어 성범죄자인 미란다가 무죄를 판결한 것을 계기로 미란다 원칙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법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개 국민으로서 잘 몰라서 드는 의문일지 모르겠지만 일부 정치적인 작가님의 의견들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연하겠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작가님의 사견이 많이 섞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것이 아쉽게 다가왔다. 지식의 파이가 넓어지면 작가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