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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아이의 1년과 어른의 1년은 체감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 / p.10
이 책은 시메노 나기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도도 시리즈'로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작가로 알고 있다. 언젠가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직 첫 편조차도 읽지 않았다. 오히려 번역가님의 번역 소설을 더욱 많이 접한 것 같다. 이번 작품이 취향에 맞는다면 장바구니에 도도 시리즈를 넣을 예정으로 신작을 선택했다. 봄이 가고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에 맞지 않을까 싶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삼십 대의 여성 히오라는 인물이다. 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3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는 호텔, 어머니는 레스토랑, 히오는 카페에 집중해 화과자와 차를 판다. 처음 장사하는 히오에게 가게 운영은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마당에 큰 벚꽃나무가 꽃을 피우고 지는 등 시간에 흐름에 따라 바뀌어가는 모습들과 히오의 이야기가 이어져 진행된다.
술술 읽혀졌지만 조금 새로운 부분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스토리만 본다면 그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은 아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주인공의 심경 변화가 없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편이어서 크게 어렵지도 않다. 그러나 벚꽃나무의 종류부터 시작해 생각보다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는 내용들이 종종 등장해서 신선했다. 대략 25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반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벚꽃나무의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는 벚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추위나 내리는 비, 흐린 날씨 등을 따로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우리나라로 말할 것 같으면 봄에 맞추어 꽃샘추위나 봄비로 비슷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일본 하면 떠오르는 꽃이 자연스럽게 벚꽃이다 보니 그와 비유하는 단어들도 있는 것 같다. 그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벚꽃과 비교해 히오를 돌아보는 내용 또한 마음에 와닿았다. 꽃의 수명이 길기에 인생 또한 길다는 문장이 나온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걱정하는 히오의 마음을 다 잡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바쁜 일상에 쫓겨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는데 마음에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시기에 읽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읽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기억에 있는 올해의 벚꽃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고, 푸른 잎들이 보이는 벚꽃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작품들만 내내 읽다가 이렇게 건강한 맛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게 바로 힐링 장르의 소설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