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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는 생각한다, 감당할 만해. / p.7
예전에 북 크리에이터 님의 영상으로 폴 오스터의 <브루클린 풍자극>이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 중고로 구매한 기억이 있다. 원래 중고로 발간된 지 2년 이내의 책들을 구매하는 편인데 이미 절판이 된 작품이어서 어쩔 수 없이 최상 등급으로 구했다. 그렇게 그 책이 소장하고 있는 책 중 가장 오래된 책이 되었다. 읽어야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지만 아직까지 책장을 펼치지 못했다.
이 책은 폴 오스터의 장편소설이다. 언급했던 작품 이외에 <4 3 2 1>, <뉴욕 3부작> 등을 집필한 유명한 작가로 알고 있다. 거기에 작년에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었다. 익히 자주 듣기는 했지만 정작 작품으로 접한 적은 없었다. 어려울 것 같은 걱정이 컸다. 그러다 생애 마지막 작품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유튜브 매체로도 나름 호평을 많이 들었던 터라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바움가트너라는 인물이다. 바움가트너는 나이가 든 교수로, 10 년 전에 아내인 애나와 사별했다. 애나는 바움가트너를 떠났지만 시간은 늘 그렇듯 평범하게 흐른다. 어느 날, 사소하게 느낄 수 있지만 특별한 일이 발생한다. 냄비를 태우고, 검침원이 방문한다는 일정을 잊었다. 그 과정에서 손가락이 데이고, 지하실 계단에서 무릎을 다치기까지 한다. 스토리는 애나를 그리워하는 바움가트너의 이야기이다.
술술 읽혀졌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했다. 내용이 전반적으로 바움가트너의 일생을 그리는 듯 진행되기 때문에 자서전을 읽는 듯했다. 특히, 좋아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한 사람의 연대기를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오히려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바움가트너의 심정에서 감정적으로 과하게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서 덮다가 다시 읽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렸다.
개인적으로 상실에 대한 감정이 크게 와닿았다. 애나가 떠난 지 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상은 똑같이 흘러간다. 그럼에도 바움가트너는 애나가 남긴 시와 글을 읽으면서 여전히 그리워한다. 아니, 애나가 마치 살아서 바움가트너 옆에 있는 듯 환상을 그리게 된다. 마치 신체의 일부가 사라진 것과 같은 그 상실의 고통이 누구보다 그 감정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다. 읽는 내내 마음을 짓눌렀다.
강산이 변하면 그에 대한 마음도 옅어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늘 함께 지내던 배우자가, 또는 평생 함께 있을 줄 알았던 부모님께서, 먼저 갈 줄 몰랐던 자녀가 세상을 떠나면 죽는 그 순간까지 상실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그 감정을 통과하는 중이고,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