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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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천신한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에 선 지금에 와서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저버리지 않는 자신이 신기했다. / p.10

이 책은 우샤오러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라는 작품을 인상 깊게 읽었다. 원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지극히 사적인 기준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성폭력에 대한 이슈도 가볍지 않게 풀었다는 측면에서 믿고 읽는 작가가 된 듯했다. 이번에 신작 소식을 듣고 바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천신한이라는 인물이다. 부모님의 기대에 충족하듯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던 천신한은 어느 사건을 계기로 타인의 죽음이 눈에 보이는 능력을 가진다. 이를 말하지 못해 지키지 못한 지인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그에게는 인터넷 게임 세상과 친구 허칭옌이 전부이다시피 한다. 그런 천신한에게 시리라는 닉네임의 친구가 만남을 부탁했고, 그에게 검은 안개가 보이면서부터 이를 지키기 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현대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은둔형 외톨이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몰입감도 좋았다. 4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세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했다. 전작을 흥미롭게 읽었거나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어필이 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 작품 중에서는 가장 좋았다.

개인적으로 천신한이 인터넷 세상의 인물들과 교우하는 이야기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 허칭옌뿐이었지만 같이 어려운 퀘스트를 깨는 길드원들과 꽤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었다. 특히, 그와 시리의 관계는 다른 그룹원들보다는 조금 더 친밀했다.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들을 시리는 천신한에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는 점이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공감대가 형성되는 주제의 커뮤니티에서 인터넷 지인들을 만났고, 10 년 이상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가족들에게 말할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비밀이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이후의 터놓지 못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에게 터놓으면서 위로를 받은 적이 많았다. 물론, 천신한과 시리가 그렇듯 그들에게도 나의 존재를 조금씩 숨기기도 했는데 그 이중성이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출판사 소개처럼 n번방 사건 등 이슈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다. 그래서 예상보다 금방 풀리는 스토리여서 싱겁게 다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부분이라면 아쉽다는 생각 또한 했다. 그러다 완독을 하고 난 이후에 초점을 은둔형 외톨이나 사회로서 격리된 이들에 대한 시각을 바꾸자 깊이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은든형 외톨이나 학교 밖 아이들 역시도 사회적 이슈일 텐데 다양하게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인상적인 작가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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