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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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득 두려워졌다. 카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 p.58

정의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잘못한 자를 그에 마땅한 벌을 내리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나 역시도 어른이 되자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어떤 일이든 죄를 처벌하는 게 과연 정의라고 볼 수 있을까. 악을 처벌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법이라는 공적인 제재로 처벌하는 것과 사적인 복수심으로부터 처단하는 일. 전자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의지만 후자도 정의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나카무라 히라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이 출판사에서 발간된 <레드 클로버>라는 작품을 읽었다. 그 작가의 전작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탓에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가지고 읽었다. 줄거리를 아직도 생생하게 알고 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꽤 임팩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출판사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신작이 발간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류이치라는 인물이다. 상사에 다니는 아내, 영국으로 유학을 앞둔 발레리나 딸,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나름 성실한 점을 인정받아 승급에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능력 있는 경찰이기도 하다. 류이치는 사회에 악이 되는 인물들이 이마에 x자가 그어진 채로 살인되는 사건을 맡아 조사한다. 그러던 중 울면서 전화하는 딸의 전화가 그 사건의 반환점이 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단순하게 범죄 스릴러 작품으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좋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흘러간다는 측면에서 몰입해 읽었다. 심지어 외부 일정이 생겨 나갈 때에는 E-book을 결제해 휴대 전화로 읽을 만큼 꽤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두꺼운 작품이었는데 대략 두 시간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여러 이유로 몰입해 읽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작품이 주는 긴장감이 꽤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는 류이치에게 벌어진 사건으로 느꼈다. 딸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하나의 사건을 끼워넣은 것인데 위기의 순간이 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읽었다. 류이치의 사건이 누군가에게 약점이 되면 형용할 수 없는 바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성소자라고 불리는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증이 생기면서 또 다른 느낌의 도파민이 돌았다.

강에서 시작해 강으로 끝나는 작품이었다. 하나가 해결될 듯하면 또 다른 무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전개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작품에 몰입이 되어 읽고 나니 그제서야 제목이 떠올랐다. '무한정의'. 성소자와 류이치는 각자 정의된 정의로 일으킨 범죄는 타인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 공적인 제재로 막을 수 있었던 이가 행동했던 사적인 복수는 정의일까. 의문이 들었다. 답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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