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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도서제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하네요 / p.9
이렇게 꽂혀서 소수의 출판사 책을 읽은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에 들어서 자주 언급했던 것처럼 한두 달 사이에 세 곳의 출판사 책만 거의 열 권을 완독했다. 타의적으로 읽게 된 작품들이 있기도 하지만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그래도 믿고 읽는 출판사에 포함이 될지 아직도 의문이 든다. 신간 위주로 몇 권 더 읽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라는 프랑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년 한국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접한 시기를 계기로 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듯하다. 한국의 젊은작가상이나 이상문학상, 일본의 권위 있는 나오키상이나 추리 장르에게 주어지는 에드가와란포상 등 종종 수상작들을 찾아서 읽는 편이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3대 문학상이지 않을까. 공쿠르상 수상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모라는 인물이다. 천재 조각가이지만 왜소증이라는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어 사회적으로 많은 소외를 받고 있다. 오히려 이 신체적 장애 때문에 가지고 있는 천재성을 펼치지 못하기도 한다. 미모가 명문 가문의 딸인 비올라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올라는 명문가의 자제임에도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애정을 느끼지만 신분과 장애를 비롯한 사회의 벽 앞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아니에로노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한 프랑스 작강의 작품들을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럽 소설은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거기에 이 작품은 이탈리아라는 더욱 생소한 공간적 배경과 종교가 드러나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60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인데 하루를 꼬박 읽어도 약간 남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반에는 제목의 의미를, 중후반부에 이르러 피에타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제목에서 드러난 그녀와 지키는 대상은 누구일까. 이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바로 해결이 된 부분이었다. 보통 권력을 가진 자가 상대적 약자를 지킬 텐데 여기에서는 반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오히려 미모가 비올라를 지키는 것처럼 와닿았다. 두 사람 사이의 장애물들이 유독 크게 다가왔다. 또한, 지하에 갇힌 피에타가 곧 미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두께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단순하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끝났더라면 고전의 러브스토리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을 텐데 그것보다는 사회적인 멸시와 신분의 한계, 더 나아가 주어진 상황을 이겨내려고 하는 의지 등 다양한 부분들이 마음을 깊이 눌렀다. 이 작품을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진득하고 느리게 다시 읽고 싶은 이야기여서 그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