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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사라졌다
미야노 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도서제공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있던 현실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 p.13
이 책은 미야노 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얼마 전 리뷰에서 요즈음 자주 접하게 되는 출판사 작품들이 있다는 언급을 했다. 두 곳의 출판사라고 적었는데 다른 한 곳이 바로 '하빌리스' 출판사이다. 올해 인상적으로 읽었던 작품이었던 <새벽의 틈새>와 가장 최근에 읽었던 미우라 시온 작가의 <먹의 흔들림>도 이 출판사에서 발간했다. 그런데 또 신간이 나와 고민의 여지도 없이 선택했다.
초반에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큰 계획을 세우고 퇴사한 중년의 여성이다. 후배 직원의 문자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한 사람을 칼로 찔러 살해한다. 경찰과의 조사, 교도소로 갈 미래까지 예상 시나리오를 짰는데 눈을 뜨니 자신의 집이었다. 처음에는 꿈이라고 생각해 다시 실행에 옮겼지만 자신의 집에서 일어나는 주인공이다. 그밖에도 복싱 챔피언과 학생, 아프리카의 천재 소년이 등장한다.
어렵게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일본 작품에서 자주 보았던 번역가님이어서 문체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쉽게 읽혔다. 그런데 등장 인물들이 익숙할만하면 또 새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를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장편소설이었지만 연작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에피소드가 다르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연결시키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300 페이지가 안 되는 작품이어서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첫 에피소드인 여성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여성의 딸은 어린 나이에 성범죄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를 복수하고자 병원에 입원 중인 범인을 살해한 것이다. 이 지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도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분명히 여성처럼 범죄자를 찾아 처단하지 않을까. 사람을 죽이는 일은 이유를 막론하고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다 다른 에피소드가 드러나면서 루퍼라는 존재가 눈에 띄었다. 소설 안에서 오늘로 돌아가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특히, 이들이 마치 전염되듯 증상이 발현한 인물과 연결이 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언급했던 여성의 이야기에서도 택시기사가 똑같이 루퍼로 등장하는데 그동안 보았던 타임루프와는 조금 다르게 전개가 되어 이 지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읽고 나니 최근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님의 <미키 17>이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된다는 것이고, 미키 17에 등장한 미키 반즈는 다른 날이 흘러간다는 점이 차이점이 될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죽지 않는다는 게 공통점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인간으로서 매일을 살아낸다는 게 그저 가볍게 흘러가는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명확하게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그게 강하게 와닿았던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