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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머지 세상은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써. / p.365
이 책은 아야드 악타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세계적으로 큰 이슈를 몰고 다니는 미국 대통령이 소설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흥미가 생겼던 책이다. 거기에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대부분 한국계 2세들의 소설을 읽었는데 다른 나라의 이민자들은 미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책의 두께만큼 기대감도 올라갔다. 많은 공감이 될 것 같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악타르라는 인물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스스로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악타르의 부모님은 파키스탄 출신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트럼프의 심장 문제를 다루었던 의사였으며, 트럼프를 찬양하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어머니께서는 늘 고국인 파키스탄을 그리워했는데 악타르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 사이의 입장이면서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다.
전반적으로 조금 더디게 읽혀졌다. 두께에 기대감이 올라갔다고 표현했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거기에 무슬림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터라 읽는 내내 챗 gpt의 도움을 받아 배경 지식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보통 주말에는 두세 권 이상의 책을 완독하는 편인데 이번 주말은 이 책과 싸우다시피 했다. 시간으로만 환산하면 일곱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만큼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이민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결로 느껴졌다. 악타르를 비롯해 작품에 등장하는 무슬림 이민자들은 어느 정도 재력이 있다. 악타르 집안만 보더라도 권위를 가진 의사 아버지를 두었다. 다른 인물들도 적어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었다. 악타르도 초반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극작가였지만 중후반부터는 투자와 직업으로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스치고 읽으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악타르는 미국 사회에서 종교와 인종에 대한 차별을 노골적으로 경험한다. 9.11 테러의 주범이 무슬림 단체의 소행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혐오로 바뀐 것이다. 물론, 악타르가 만난 인물들이 전부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 사회에서 악타르는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렸다. 부와 명예를 가진 이민자도 예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 시대를 누구보다 경계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무슬림 이민자로서도 충분히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을 텐데 투자와 인종, 정치 등 미국 사회의 다양한 면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악타르의 눈으로 보았던 미국의 현재가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굳이 미국을 가지 않아도 이 책 하나로 지금 미국을 경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