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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쉰 살이라는 나이의 실체와 실감은 무엇일까. / p.7
이 책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일본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작가의 <설국>이라는 작품에 대한 평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는 인생 소설이라고 칭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도 하차를 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내용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후자에 가까웠는데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조만간 도전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 작품이 출간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화자는 오십 대이다. 작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하다. 열다섯 살에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미술 쪽으로 나가기를 원하셨으나, 화자는 결국 문학의 길을 택한다.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던 중 같은 방에 한 살이지만 학년으로는 3 학년 정도 어린 세이노라는 후배를 보고 욕정을 품는다. 세이노에게 위안을 받으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와 관련된 일기를 오십 대가 되어 다시 펼쳐 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약간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내용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 되었는데 문체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직설적으로 '이것은 이거다.'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비유적으로 화자의 감정과 이야기들을 펼쳐서 온전히 몰입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200 페이지도 되지 않는데 세 시간 정도 걸려서 완독했다.
소재가 익숙하게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다. 청소년기의 동성애를 주제로 했던 작품들을 자주 접했고, 어느 지점에서는 공감을 하기도 했다. 사랑과 우정이 쉽게 구분되지 않을 청소년 시기여서 이를 혼란스럽게 착각했던 경험들이 많이 떠올랐던 터라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페이지 수가 적은 것도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지점이었다.
점점 페이지를 넘기면서 단순하게 청소년기에 경험했던 사랑과 우정 그 이상의 무언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자가 세이노와 신체적 접촉을 하고, 욕정을 가지고서 상상 아닌 상상을 하는 지점도 있다. 흔히 연인 간의 성적인 의미로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과연 이 지점을 그동안 읽었던 동성을 향한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내내 혼란스러움을 안겨 준 작품이었다. <데미안>이 떠오르기도 했다. 청소년 시기에 읽었던 그 작품의 혼란스러움을 성인이 되어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다시 경험했다. 익히 알고 있는 사람 간의 풋풋한 사랑보다는 모든 것이 위태로운 시기의 흔들린 사랑처럼 보여서 그것 또한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페이지를 덮은 순간까지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