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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달과 가슴이 다시 부풀 무렵이었다. / p.13
새로운 작가님의 글을 찾는 것은 독서를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된 하나의 즐거움이자 기쁨이 되었다. 예전에는 익숙했던 글들 위주로 읽었다. 비문학 계열의 도서는 어쩔 수 없이 교수님이나 전문가분의 책들을 찾아서 읽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문학은 그런 노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님은 자연스럽게 많아야 두세 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작품을 다시 읽는 일도 꽤 많았다.
아예 독서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굳혀진 이후로는 새로운 작가님의 글을 찾아서 읽게 된다. 굳이 서평이나 리뷰가 아니더라도 SNS의 글을 검색해 읽고, 새로운 작가님을 발견한다. 수시로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 최근의 신작이나 이슈를 또 찾아서 기억하거나 메모한다. 그렇게까지 새로운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기에 원래 성향이었다면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활자 중독, 독서 중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현호정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예전 북 크리에이터 님의 작가 소개 영상에서 언급이 되었던 작가님이었다. 특히, 그해 월말 정산에서도 작가님의 작품을 소개해 주셨다. <단명 소녀 투쟁기>라는 이름의 경장편 소설이었다. 줄거리를 언어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이야기라고 표현하셨는데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신작 소설집 발간 소식을 듣게 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표제작 <한 방울의 내가>를 포함해 총 일곱 편과 작가의 말, 그리고 부록으로 표제작이 희곡 형태로 수록되어 있다. 예전에 읽었던 열림원 출판사의 '림' 앤솔로지 작품집에 실렸던 <옥구슬 민나>라는 작품은 익숙하면서도 반가웠고, 다른 작품들도 지면에 수록된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처음 읽게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다양한 매력이 있는 작품들이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기는 힘든 작품들이었다. 작품들 하나하나 다양한 느낌을 주어서 책을 이리저리 돌려서 읽는다거나 몇 번 정도 곱씹어서 읽어야 그나마 겨우 이해가 될 법한 문장들이 꽤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관이나 캐릭터 역시도 뭐라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심오했다. 상상력이 뛰어난 편이었다면 그나마 머릿속으로 그릴 텐데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아 300 페이지가 되지 않는 이 작품을 네 시간 넘게 붙들고 있었다.
보통은 수록된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설 하나의 줄거리와 인상 깊은 부분을 적는 편이다. 그런데 도저히 이 작품을 단 하나만 뽑기에는 힘들 것 같다. 모든 작품이 여러 이유로 인상 깊게 남았다. 생리혈이 묻은 빗물을 마시는 특이한 나무, 연필과 지우개가 들어간 샌드위치 등 난해한 소재부터 시, 극본, 수필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착각하게 만드는 형식까지 모든 지점이 참 새롭고 매력적이었던 작품집이었다.
추리나 스릴러 장르에서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결말들을 많이 읽었다. 그런데 그 장르들을 제외한 다른 작품집에서 스스로에게 작품 줄거리나 내용의 이해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작품은 참 오랜만이다. 어렵고 난해한 것은 분명하지만 놓치지 않고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낯선 느낌이 호기심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사실 이렇게 적고 있는 중에도 작품의 파편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지만 그만큼 혼란스럽다. 역시나 묘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