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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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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을 다시 올려다봤다. / p.12
이 책은 나가쓰미 아마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다른 장르는 몰라도 추리 스릴러와 힐링 장르의 작품들 중에서 일본 작가의 작품들이 꽤 취향에 맞았다. 특히, <우선 이것부터 먹고>의 하라다 히카라는 작가의 작품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유명한 <낮술> 시리즈도 언젠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같은 장르의 작가이니 만큼 기대가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작가가 취향에 맞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
소설의 주인공은 미모사라는 인물이다. 큰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의 점장이다. 젊은 여성이 점장이라는 이유로 직원 간의 드러나지 않는 갈등과 손님들의 하대에 상처를 많이 입는 편인 듯하다. 거기에 점장이라는 자리의 책임감 또한 그녀를 누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을 잃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점점 그녀는 버거움을 느낀다. 회사의 배려로 비품 창고에 임시로 거주하게 된 미모사는 한 식당을 찾아가게 된다.
야간에 열어서 아침에 문을 닫는 식당 '키친 상야등'이라는 곳의 분위기, 다소 과묵한 스타일의 요리사 케이와 편안함을 주는 성향의 직원 쓰쓰미로부터 좋은 느낌을 받는다. 퇴근 이후 힘든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키친 상야등에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쓰쓰미에게 자신의 가진 고민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상황의 해답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미모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300 페이지 정도의 내용이었는데 두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손에 잡은 책이었는데 점심을 먹기도 전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을 워낙에 많이 읽다 보니 읽는 노하우가 생긴 듯하다. 스토리 또한 허구적이기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어서 이해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내용 자체로만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미모사가 식당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 그런데 옴니버스의 방식으로 식당에서 다른 인물의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는 보통의 힐링 소설과는 조금 다른 전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미모사가 이끌어간다는 점이었다. 물론,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들은 조연이었다. 그렇다 보니 미모사의 감정이 다른 작품들보다는 더 잘 드러나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현실적인 소재여서 좋았다. 특히, 미모사가 직장 동료와의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이 더욱 현실처럼 와닿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뭔가 버라이어티하게 확실한 해결책을 주지 않지만 늦은 밤에 다이어트 걱정없이 집처럼 드나들고, 상처난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식당이라면 나 역시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친 상야등이 소박하지만 크게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