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각본집
노라 에프런 지음, 홍한별 옮김 / 클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당연히 모르죠. 행복해하느라 너무 바쁘니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 p.28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본을 읽는 것은 또 하나의 기쁨이다. 책을 사랑하고, 그만큼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하나로 맞춰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다 보니 좋아하는 드라마의 블루레이가 확정되었을 때 가장 선호하는 특전이 바로 대본집이다. 예전에 각본집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바뀌지 않는다. 그동안 금전적으로 판매했던 드라마 DVD들이 많은데 영상 매체는 안 아까워도 대본집은 늘 아깝다.
이 책은 노라 애프런이라는 작가이자 연출가의 대본집이다. 드라마는 자주 보는 스타일이지만 영화는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영화를 보는 게 손이 꼽는 편이다. 영화관에 가는 것은 연중행사가 될 정도이고, OTT 영화 역시도 너무 심심할 때 봤던 영화를 돌려서 다시 보기만 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로맨스의 정석이라고 종종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선택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해리와 샐리라는 인물이다. 해리는 남녀 간의 우정을 믿지 않는, 아니 그것보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없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성이 매력적이라면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생각하게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반면, 샐리는 충분히 우정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이성 사람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두 사람은 애초에 이런 부분부터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첫 번째 친구의 소개로 해리와 샐리는 장거리를 운전하게 된다. 그때 서로의 인상이 영 아니었던 것 같다. 언급했던 것처럼 남녀의 친구 시각 차이로 설전을 벌인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우연히 만났다. 그때 해리는 샐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역시 샐리의 눈에서 해리는 여전히 비호감이었다. 또 5년이 흐른 이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친구가 된다. 자주 이렇게 엮이다 보니 마음이 생겼고, 거기에서 사랑이 싹트게 된 이야기이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지만 조금 어렵기도 했었다. 그동안 읽었던 대본집은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는 작품이거나 익히 자주 보았던 작품이었다. 물론, 작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작품을 읽기도 했었지만 해외 영화는 처음이어서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로맨스여서 그렇게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드러나는 미국식 유머나 문화적 차이가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와닿았던 대본집이었다. 읽는 내내 로맨스 영화가 머릿속으로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감독부터 배우까지 모든 사람이 초면이었지만 나름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읽고 검색해 보니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말에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각본집과 다른 부분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계획이다. 대본집의 매력을 새삼스럽게 피부에 와닿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