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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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너만 행복하면 다냐고 한 대 치고 싶다. / p.14

이 책은 마치다 소노코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을 재미있게 읽었다. 힐링 소설로 기억하는데 약간 비현실적인 주인공의 판타지 같은 느낌도 있었던 작품이었다. 가볍게 읽기 좋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시리즈로 3까지 나왔는데 2편까지만 읽은 상태이다. 시간이 될 때 3편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 재미있었다. 그러다 신작 소식을 접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은 마나라는 인물이 친구인 후코 결혼식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누가 봐도 후코는 행복하게 보인다. 그런데 마나는 결혼식에 큰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후코에게 성이 차지 않을 결혼식이었다. 특히, 그 결혼식은 시아버지의 의견에 맞추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친구인 나쓰메는 마나의 의견을 동조하면서도 약한 반응을 보였다. 어느 날, 나쓰메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마나는 직업인과 친구 유족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연작 소설의 형태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크게 부담이 없었다. 주말에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면서 중간중간 읽었는데 그래도 합산하면 채 두 시간은 안 걸린 듯하다. 그만큼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이 되는 주제여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아마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성 독자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들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마나의 입장에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마나는 장례지도사인데 프로포즈를 받은 상태이다. 그런데 조건은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는 수용적인 편이기는 하지만 마나의 직업적인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부모님께서 워낙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분이셔서 아내가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계신다. 마나는 결혼과 직업 사이에서 많은 고뇌를 한다.

이게 대한민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라는 점에서 큰 공감이 되었다. 예전에 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결혼을 앞두고 퇴사를 하게 된다거나 임신 준비로 경력 단절을 하게 되는 케이스를 너무 많이 보고 들었다. 거기에 직업의 급을 따지는 문화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느껴졌다. 장례지도사가 그렇게까지 불순한 직업이 아니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마나의 남자 친구 입장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전반적으로 읽는 내내 무거운 감정과 함께 반성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언급했지만 나쓰메의 직업에서 나도 모르게 심리적 거리감을 두었던 부분이나 마나의 아버지인 하야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남편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곱씹었던 부분들이 주로 그렇다. 모래를 씹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그게 기분 나쁜 불편이 아니어서 인상적으로 남았다. 2025 년 새해부터 별 다섯 개를 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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