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의 목소리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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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 p.13

이 책은 이노우에 마기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항상 언급하지만 출판사에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된 '나카야마 시치리' 또는 '고 가쓰히로' 등 추리 스릴러 장르에 그렇게 흥미가 없었던 독자에게 새로운 매력을 알게 해 주었던 작품들이 꽤 많았다. 그것도 많이 알려진 작가가 아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새로운 작가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취향을 견고하게 해 주었다. 출판사에서 신작이 나와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하루오라는 인물이다. 현재는 드론 회사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는데 형을 안타까운 사고로 보냈다는 점이다.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 '불가능'이라는 단어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다른 이들은 안 되었을 때에도 과감하게 포기하는 반면, 하루오는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미련하게 자신이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하루오가 배리어 프리 그 이상의 무장애 도시인 'WANOKUMI'의 건물을 방문한다. 지상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시설이 있고, 지하에는 공장과 교통편, 문화시설 등이 입주해 있는 최첨단 건물의 개막식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그곳에서 갑자기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서부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건물 지하에 삼중 장애를 가진 나카가와가 있다는 점. 나카가와를 구하기 위해 최신 드론을 이용해 구조할 계획을 세우면서 하루오가 투입된다. 과연 절체절명의 위기 안에서 하루오는 나카가와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을까.

어려우면서도 쉽게 읽혔던 작품이었다. 드론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기계를 설명해 주는 내용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거기에 보이지 않는 지하 공간을 상상하는 일 또한 하나의 난관이었다. 물론, 그림으로 설명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림을 보면서 하루오가 처한 상황과 나카가와의 위치를 세세하게 상상하는 게 조금 어려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자체의 몰입도가 높아서 등장인물들만 보고 읽다 보니 흐름을 이해하는 데 수월했다. 대략 두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장애에 대한 시선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언급했던 것처럼 나카가와는 세 가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데 나카가와를 장애 여부가 진짜로 맞는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도지사의 조카이니 이게 하나의 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사실 주변에서 너무 익숙하게 봤던 일들이어서 나카가와의 행동에 크게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아, 이 부분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이나 중복 장애 등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익숙하고도 친근한 소재여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가 결말에 이르러 더욱 큰 여운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는 했지만 막상 마주하고 나니 따뜻함을 느꼈다. 알면서도 당한 느낌이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당하는 기분이 그렇게까지 기분이 상하지 않았던, 오히려 기분이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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