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 ㅣ 달달북다 7
예소연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당해야 할 것들. / p.18
이 책은 예소연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항상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시리즈인 듯하다. 지금까지 발간된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모두 읽었다. 물론, 그 안에서 취향에 맞는 작품들도 있기는 했지만 솔직하게 실망했던 작품들도 있다. 굳이 나누자면 반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습관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번에 하이틴을 주제로 세 편이 공개된다고 알고 있는데 신작이 나와서 또 이렇게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서동미라는 인물이다. 아버지께서는 멀리 나가 계시고, 어머니와 유치원생인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동미가 살고 있는 집은 열악하다. 아랫층 가게에서는 동미네 집으로 음식물을 버려서 항상 그 냄새가 교복에 배어 있고, 학교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간다. 그렇게 열정적인 아이도 아닌 것 같다. 그런 동미가 학교 문제아 명태준에게 찍힌 이석진과 얽히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항상 100 페이지 이내의 작품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도 그렇다. 80 페이지여서 전작보다 조금 더 얇은 편이어서 그런지 체감상 더욱 후루룩 읽혔다. 한 삼십 분 정도를 예상하고 시작했는데 다 읽고 시간을 보니 십오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아마 그냥 쉬는 시간만 있어도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양이지 않을까 싶다.
하이틴 소재라고 해서 많은 예상을 하면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소재만 알았을 때에는 김혜윤 배우와 로운 배우 주연의 <어쩌다 발견한 하루> 스타일의 작품이지 않을까 예상했고, 표지의 MP3를 보았을 때에는 최근 종영했던 김지원 배우와 김수현 배우 주연의 <눈물의 여왕> 아역 부분이 떠올랐다. 그런데 막상 읽으니 생각했던 결과는 너무나 다른 내용이었다. 어디에서 본 이야기인 듯 너무 익숙했지만 또 어떤 드라마의 내용일지 상상한다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마 보았던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재벌과 하층민의 학교물 스토리라고 하기에는 재벌이 드러나지 않았고, 활기찬 학생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이들이 그렇게까지 통통 튀고 발랄한 이미지는 아닌 듯하다. 읽는 내내 어디에선가 볼 수 있는 기시감이 느껴졌지만 막상 찾을 수 없는 답답함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니 그것 또한 몰입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현실감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학생으로서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아련한 첫사랑이나 설레는 이성 간의 미묘한 감정일까. 그렇다고 작품 내에서 크게 로맨스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냥 가볍게 읽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취향의 문제를 따지자면 애매한 호 정도인 듯하다. 여운이 남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술술 읽으면서 풋풋한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막상 적고 보니 사람에 따라서 밍숭맹숭한, 상상력이 약점인 나에게는 당황스러운 결말이어서 그게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