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것들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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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경을 만나기 전에 나를 휩쓸고 지나간 것을 이런 것들이었다. / p.11

이 책은 김지연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달달북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첫 번째 발간되었던 김화진 작가님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를 제외하고 다른 작품들은 그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너무 어렵거나 이해가 되지 않거나 동떨어진 느낌. 재미는 있었지만 딱 그것에서 끝이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지연 작가님의 신간을 만났다. 기대가 되는 점은 그동안 김지연 작가님의 작품은 꽤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수라는 인물이다. 미수는 부모님의 이혼을 비롯해 어려운 가정 상황을 겪은 듯하다. 거기에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영경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경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까지 긍정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만나면서 영경에게 빠져든다. 영경을 사마귀라고 칭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준다. 미수와 영경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술술 읽혀졌다. 아마 달달북다 시리즈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얇은 두께의 판형이어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았다. 특히, 그동안 김지연 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들이라면 더욱 속도가 빠를 듯하다. 나 역시도 그동안 소설에 등장한 퀴어 이야기들에 익숙해진 탓인지 쉽게 공감하고 몰입이 가능했다. 내용 자체가 현실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개인적으로 현실성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십 대 청춘의 불안감도 잘 느껴졌지만 그것보다 동성애자로서 이성애를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위태로움도 드문드문 와닿았다. 누군가에게 미수와 영경이 연인이라는 점을 밝힐 수 있을까. 아마 그들이 살고 있는 소설 안에서의 현실에서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어려울 것이다. 분위기 자체는 어둡지 않았는데 그 지점들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작가의 말 역시도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을 몇 번 만난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커밍아웃을 한다는 내용이 있다. 불쾌한 감정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예전에 읽었던 글 중에 하나가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다면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도 생각해 보면 커밍아웃을 한 지인들이 몇 있는데 그럴 때마다 거부감보다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들 역시도 인간이기에 사랑이 가능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동안 읽었던 달달북다 시리즈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좋았다. 어느 지점에서 좋다고 명확하게 언급하고 싶지만 너무나 부족한 글솜씨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퀴어를 주제로 한 세 작품 중에 가장 피부에 와닿아서 좋았다. 조금 더 미수와 영경의 이야기가 기대가 되면서도 짧았던 게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단편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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