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달달북다 4
이희주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나가 기억하는 처음은 언제예요? / p.12

이 책은 이희주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작가님의 작품은 많이 들었다. 심지어 구매한 책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은 기억은 없다. 언젠가 읽어야겠다는 러프한 계획만 세웠을 뿐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탓이다. 그러다 알게 된 신간이 바로 이 시리즈이다. 몇 번 리뷰에 적은 것처럼 읽기 좋았던 시리즈여서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특히 입이 마르게 언급한 김화진 작가님의 단편은 아직도 주변에 많은 추천을 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거 하나 믿고 선택했다.

소설은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 뒤에 시작된다. 도쿄에서 고령의 운전자가 아이와 어른을 치어서 사망하게 한 사건이었다. 주인공 나루세는 죽음을 부르는데 그곳에서 인간의 욕망을 먹는 한 영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영혼은 나루세에게 자신을 천사라고 부를 것을 요구했고, 둘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나루세가 누나에게 천사를 소개하고, 그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전하는 작품이다.

채 100 페이지가 되지 않는 작품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삼십 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는데 퀴어 소재의 작품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인간과 영혼의 사랑이라는 내용이어서 신선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의 새로움이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소재 자체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 독자라면 아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초반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퀴어 소재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성인 누나에게 남성인 동생이 이야기를 전한다는 게 생각하기에는 의문점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야 남성의 영혼을 가진 이와 나루세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을 인지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오해는 풀렸다. 계속 읽다 보니 이 지점이 오히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사랑의 감정을 나누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깊은 관계처럼 드러나지는 않는 듯하다. 오히려 중후반부에서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나루세가 조금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퀴어의 느낌만 주는 작품처럼 읽혀져서 약간 사랑이라는 관계 안에서는 순한맛처럼 느껴졌다. 반면, 누나의 정체가 그려지는 중후반부에서는 얼얼한 약간 매운맛의 감정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뒤흔들 정도의 센 이야기는 아니다.

퀴어에 중점을 두고 읽는다면 심심하게, 다른 부분으로 눈을 돌린다면 흥미롭게 읽을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퀴어 소재가 예전에 비해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루세가 영혼을 먹는 이와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렇게 인물이 성장할 수도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연애 소설이어서 아마 작가님의 다음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