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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평점 :
그러고는 근엄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나에게 내밀었다. / p.11
이 책은 조이스 캐럴 오츠라는 미국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한 일 년 전에 조이스 캐럴 오츠의 단편소설집을 읽은 기억이 있다. 무섭고 오싹한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참 인상적이었다. 호러 작품들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았던 시기에 읽었음에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만큼 소설 내용들이 충격적이었다. 이번에 신작 단편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바로 읽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호러 작품들을 자주 읽는 편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작품집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호러 장르의 대가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그만큼 무서운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환상적이지만 어떻게 본다면 사회와 맞닿아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있는데 군인, 인형, 총기 사고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두꺼운 페이지 수여서 걱정했지만 세 시간 반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맞았던 작품들이었다.
개인적으로 <군인>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브랜든이라는 인물이다. 현재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어느 한 쪽에서는 그를 미국의 영웅이라고 칭호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협박을 하는 등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는 미성년자 흑인 소년을 총기로 살해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국에서는 이를 인종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다루어지는 인종 혐오에 대한 이야기로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무서웠다. 그동안 활자로 읽었던 인종 차별이나 혐오가 피부에 닿은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유색 인종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 사람으로서 명백한데 주류 사회로 들어가는 백인들에게는 이게 영웅으로 칭송을 받을만한 일이었고, 인종 전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는 게 너무 불쾌하게 느껴졌다. 브랜던의 생각이 하나하나 문장으로 표현될 때에는 답답함마저 들었다.
단순한 호러 작품이 아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아마 현실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오는 공포감이었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한민국 사회보다는 미국 사회에 이슈로 불릴 수 있는 주제라는 점에서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사실감이 들었다. 많은 독서인들 사이에서 조이스 캐럴 오츠라는 작가가 언급이 되는지 새삼스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더 찾아서 읽게 될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