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심너울 지음 / 한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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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는 실로 MBTI의 시간이었다. / p.9

대학교 졸업 이후에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처음 만나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가 MBTI가 되어 버린 세상이 된 듯하다. 이력서에서도 MBTI를 기입하는 란이 등장하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직종에 맞는 유형으로 바꾸는 상황도 많이 목격했다. 어렸을 때에는 혈액형으로 판단하던 성격 유형이 넘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들어 MBTI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이 책은 심너울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지금까지 심너울 작가님의 소설은 총 두 권 정도 읽은 듯하다. 그것도 2022 년에 읽은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아직 읽지 못했다. 그때 읽었던 작품들이 워낙에 지극히 사적으로 센세이셔널해서 참 인상 깊게 읽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들이었는데 그동안 바쁜 일과 우선순위에 밀려 읽지 못하다가 이번에 신작 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읽게 되었다.

총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MBTI이라는 유사 과학 이야기부터 시작해 작가님의 독창적인 세계관이 잘 드러난 SF 작품들이었다. SF 소설의 특성상 조금 어렵게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마저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느껴질만큼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다. 너무 술술 읽혀져서 세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아마 전작들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MBTI는 과학이 되었는가>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서마음이라는 인물이다.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MBTI를 너무나 멸시한다. 그러나 세상은 MBTI를 주제로 취업을 시키는 국가 정책이 생길 정도로 많이 퍼진 상태이다. 어느 날, 서마음에게 하나의 메일이 도착한다. 한국 MBTI 연구소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MBTI에 적대적인 마음이 담당자를 만나면서 변화가 생겼다.

SF 소설집이지만 그것보다 현실적인 부분이 가장 잘 드러났던 작품이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MBTI가 구직 활동에 면접자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까운 미래를 다룬 작품이지만 현재에 일어난 일처럼 느껴졌다. MBTI 테스트를 심심풀이로 가끔 하기는 하지만 너무 과몰입을 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다 보니 초반에는 마음의 생각들이 많이 공감되었다. 그러면서 그처럼 담당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똑같이 착각하게 되었다. 여러 모로 생각이 왔다갔다 정리가 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작가님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 작품들이었다. 다른 작품들 역시도 너무 흥미로웠는데 이는 아마도 가장 선호하는 현실이라는 주제로 맞닿아 있는 SF 장르이기에 더욱 취향에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읽었지만 생각하고 남는 것들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던, 그리고 내용은 유쾌했지만 막상 읽고 나면 찝찝한 느낌을 주었다는 점에서 너무 만족스러웠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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