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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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자 세상이 멈췄다. / p.7

이 책은 강지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님의 작품은 익히 들었다. 심지어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서 늘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그동안 읽을 기회가 없다는 핑계로 그만 생각에서만 멈췄다. 그러던 중 신작 장편소설 발간 소식을 듣고 선택한 책이다. 주제가 너무 흥미로워서 취향에 맞는다면 다른 작품도 하나하나 천천히 읽겠다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재이라는 인물이다. 어느 순간에 죽음을 맞이하는데 다시 태어난다. 그것도 같은 부모님에게서 인생을 살아간다. 초반에 재이의 말을 믿지 못하던 부모님도 과거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언급하자 이를 믿는 듯하다. 그럼에도 재이를 데리고 상담센터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난다. 상담사로 근무하던 소영이다. 소영은 재이의 n번째 삶에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재이의 삶이 끝나면 소영의 인생을 다시 시작이 된다. 그러면서 나이는 들어간다. 재이는 어른까지 어떻게든 살아서 소영의 인생을 이어지게 만들어야만 했다.

짧은 호흡으로 후루룩 읽었던 작품이었다. 페이지 수가 적은 편이어서 다른 작품들에 비해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몰입도가 예상한 것보다 바로 빠져들어서 한 시간 반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페이지 터너의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허무하다거나 가벼운 편은 또 아니어서 새삼스럽게 작가님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모로 다양한 매력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다. 사실 죽음이라고 하면 끝을 많이 떠올린다. 나 역시도 지극히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 중 하나가 죽음은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남겨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떠나간 이라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떠나간 사람의 입장이 되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시작의 의미로 해석이 되었다. 재이의 죽음으로 소영이 시작되는 점, 재이가 단지 죽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n회차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수단으로 말이다.

두 번째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다. 작품에서는 소영이 재이를 구원해 n회차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자 이유로서 해석이 되었다. 재이의 인생은 다시 태어나도 무언가 불안한 점이 하나씩은 생긴다. 누가 봐도 걱정할만한 가정사와 학교생활로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소영의 인생을 위해 조금이나마 버티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더욱 와닿았다. 소영은 사랑도 잃었던 입장이 되었지만 늘 그렇듯 재이를 지켰고, 사랑하는 이를 멀리에서 지켜보면서 도왔다. 그렇게 소영이라는 캐릭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단 하나의 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로 누구가에게든 구원해 줄 어른이 있다는 것이다. 그 상대가 어른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면서 과연 나는 누군가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어른인지 물었다. 재이와 다르게 단 한 번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기에 목숨까지는 걸 수 없겠지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어른의 자질과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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